국방부가 동부전선 GOP(일반전초) 총기난사 사건을 일으킨 임 병장이 자살시도 직전 남긴 메모를 희생자 유족의 반대를 이유로 비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힌 가운데 희쟁자 유족 측이 "메모 공개를 반대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25일 국방부 측은 "희생자 유족이 메모 공개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희생자 유족은 이날 임 병장의 메모를 공개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국방부가 유족들 핑계를 대며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 최대한(21) 일병 아버지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유족들은 임 병장의 메모 공개를 반대한 적이 없는데 국방부가 거짓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유족들이 원칙적으로 메모장 공개에 대해서 반대하지 않았다"며 "다만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에 공개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국방부측 설명과 말이 바뀌었다'는 지적에 "언론에서 메모장 공개를 요구했던 시점은 우리들이 수사와 관련해서 진행이 별로 안 됐기 때문에 메모장 내용에 대해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국방부가 지난 23일 임 병장이 자살시도 직후 강릉아산병원으로 후송될 당시 대역을 사용한 것과 관련해 밝힌 해명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 임병장 메모. 강릉아산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GOP 총기 난사범 임모 병장이 26일 오후 국군 강릉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임 병장이 이송을 위해 129 구급차 안으로 옮겨진 모습이다. /연합뉴스

국방부는 강릉아산병원에서 취재진을 따돌리기 위해 대역을 요청했다고 해명했다가 병원 측에서 이를 부인하자 강릉아산병원과 계약을 맺은 강원129응급환자이송단에서 '가상의 환자 운용'을 요청했다고 말을 바꿨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겸 국방부 장관도 25일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 출석해 가짜 환자 후송과 관련 "강릉아산병원과 계약한 129의 요청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지만 임 병장 이송을 담당한 강원129응급환자이송단도 군 당국에 임 병장 대역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나섰다.

강원129응급환자이송단의 한 관계자는 2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강릉아산병원에서 임 병장이 이리로 온다며 환자를 후송해달라고 해서 그렇게 했을 뿐"이라며 "그 이상도 없고 그 이하도 없다"고 국방부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와 관련, 국군강릉병원장인 손승재 대령은 이날 국방부 기자실을 방문, "(임 병장 후송을 위해) 우리 군에서 구급차를 준비 중이었는데 129 측 구급차가 들어왔다"면서 "129 구급차 기사는 강릉아산병원의 요청을 받고 왔다고 했고 129 측의 요청으로 가짜 환자(강릉국군병원 의무병)를 준비했다"며 강원129응급환자이송단 측의 주장을 재반박했다.

김 장관은 임 병장 대역 논란이 커지자 관련 부서에 경위 파악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동부전선 GOP(일반전초) 총기난사 사건 유족들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고 책임있는 조치가 취해질 때까지 장례식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오후 3시 45분께부터 1시간 30분가량 김관진 국방장관과 면담을 가진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유족들은 앞서 김관진 국방장관이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서 "집단 따돌림이 군에 존재한다"고 한 발언과 사건을 일으킨 임 병장의 메모 비공개를 국방부가 유족 탓으로 돌린 데 반발, 오전 장례절차를 전격 중단하고 장관 면담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