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우연찮게 번역일을 하게 되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껴 30대 중반에 잘 나가던 무역일을 과감하게 접고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선 이가 있다. 그 주인공은 영문으로 소설을 쓰는 양은미(43·사진) 작가.

우리나라에서 태어나 대학까지 마친 작가는 세계출판시장에서, 영미국가에서 발행되는 비영문소설의 번역서가 2~3% 정도에 지나지 않는 현실을 인식, 변방문학으로 여겨지고 있는 한국문학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다.

양은미 작가는 아직 우리 문학계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그녀가 한발한발 내딛는 발길은 경쾌하고 야무지다. 영국 에딘버러 대학교 'Creative Writing'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Never comes the train'이란 시로 영국 문학상 '그리어슨 버스 프라이즈(Grierson Verse Prize)'를 받았다.

이 시는 한번 가버린 젊음과 사랑에 대한 심상을 얼어붙은 기차역으로 이미지화 시켜 표현한 정형시로, 심사위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이후 에딘버러 화가·시인 콜라보레이션 앤솔러지 참여, 'Sayanora Bar by Susan Barker(사요나라 바)', 'Satan Never Sleeps by Pearl S. Buck(사탄은 잠들지 않는다), 'Fighting Angel by Pearl S. Buck(싸우는 천사) 등 10여편이 넘는 출판번역과 '봄, 바람으로 오다' 등의 동인시집 및 문학잡지에 작품을 발표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양 작가는 창작공간인 부악문원에서 영국 문학전문 에이전트와 연계해 올 겨울 출판예정인 영문소설을 준비하고 있다.

양 작가는 "해외 출판인들은 하나같이 세계시장에서의 한국문학에 대해 소재의 다양화와 젊은 작가들의 수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나친 민족주의에서 벗어나 그 나라에 대한 사전지식 없이도 편하게 읽힐 수 있는 소재, 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양 작가는 "현재 출판사에서 외국 작가들의 번역서보다 디아스포라(Diaspora)들의 문학작품을 선호하는 이유도, 단순히 번역의 이중고를 회피하려는 목적에서라기보다는 정서적인 갭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 작가는 "영미인들이 비영어국가의 문화와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고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희정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