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강 진출 실패 한국 벨기에. 27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코린치앙스 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한국과 벨기에 경기. 한국 대표팀이 실점한 뒤 아쉬워 하고 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두 대회 연속 16강 진출을 노리던 한국 축구가 16년 만에 '조별리그 무승'의 치욕을 당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27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의 코린치앙스 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최종전에서 10명이 뛴 벨기에를 상대로 접전을 펼쳤지만 후반 33분 얀 페르통언(토트넘)에게 결승골을 내주고 0-1로 졌다.

이로써 한국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1무2패(승점 1·골득실 -3)에 그쳐 벨기에(승점 9·골득실+3), 알제리(승점 4·골득실+1), 러시아(승점 2·골득실-1)에 이어 꼴찌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같은 시간 같은 조의 알제리는 러시아를 1-1로 꺾어 조 2위를 확보, 사상 첫 16강 진출의 기쁨을 맛봤다.
▲ 16강 진출 실패 한국 벨기에.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한국과의 벨기에의 경기가 열린 27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코린치앙스 경기장에서 후반전 이청용이 벨기에 얀 페르통언의 수비를 피해 드리블을 하고 있다. 벨기에에게 1대0으로 패한 한국 축구는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한국이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승리를 따내지 못한 것은 1998년 프랑스 대회(1무2패) 이후 16년 만이다.

한국은 2002년 한·일 월드컵(3승2무2패)을 시작으로 2006년 독일 월드컵(1승1무1패)과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1승1무2패)까지 3개 대회 연속 조별리그 승리를 따냈었다.

특히 2010년 남아공 대회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에 성공한 한국 축구는 두대회 연속 16강 진출을 노렸으나 1승도 거두지 못하고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한국은 수적 우세에도 불구하고 끝내 골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점유율(51%)과 슈팅수(18개)에서 앞섰지만 오히려 10명이 띤 벨기에의 역습에 당해 결승골을 내줬다.
▲ 16강 진출 실패 한국 벨기에. 27일 오전(한국시간) 상파울루 코린치앙스 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한국 대 벨기에 경기에서 김신욱이 오른쪽 발목을 고의로 밟은 스테번 드푸르에게 항의하고 있다. 드푸르는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홍 감독은 지난 1, 2차전에서 선발로 나선 원톱 스트라이커 박주영(아스널)과 골키퍼 정성룡(수원)을 빼고 '장신 공격수' 김신욱과 골키퍼 김승규(울산)를 투입하는 용병술로 벨기에 사냥에 나섰다.

구자철(마인츠)이 섀도 스트라이커를 맡았고 중원은 기성용(스완지시티)-한국영(가시와 레이솔) 조합이 출격했다. 포백도 변화없이 윤석영(퀸스파크 레인저스)-김영권(광저우 헝다)-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이용(울산)이 나섰다.

이에 맞선 벨기에는 16강 진출에 성공한 여유 속에 러시아와의 2차전에 비해 선발 출전 선수가 7명이나 바뀐 사실상 1.5군으로 나섰다.

그러나 벨기에의 공격은 매서웠다. 전반 20분 이청용의 패스를 가로챈 벨기에는 마루안 펠라이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패스를 받은 케빈 미랄라스(에버턴)가 단독 드리블, 골대까지 치고들어가 골을 넣었지만 이미 부심의 오프사이드 깃발이 올라 무산됐다.
▲ 16강 진출 실패 한국 벨기에. 27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코린치앙스 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한국과 벨기에 경기에서 골키퍼 김승규가 후반전 얀 페르통언에게 골을 허용하고 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한국은 전반 31분 기성용의 왼쪽 코너킥이 반대편에서 다시 문전으로 투입되는 과정에서 공중볼 따내기에 가담한 손흥민의 헤딩이 골대로 향했지만 벨기에의 스테번 드푸르(포르투)가 거둬내 절호의 득점 기회를 놓쳤다; 한국은 전반 44분 벨기에의 드푸르가 볼 다툼을 하던 김신욱의 오른 발목을 고의로 밟아 퇴장당해 수적 우위를 차지했지만 끝내 득점을 따내지 못하고 전반을 무득점으로 마쳤다.

홍명보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수비형 미드필더 한국영을 빼고 공격수 이근호를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이근호는 김신욱과 함께 투톱 스트라이커로 나서 1명이 빠진 벨기에의 골문을 위협했다. 특히 한국은 후반 14분 손흥민의 오른쪽 크로스가 골대 쪽으로 향하면서 크로스바를 때려 땅을 쳤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후반 16분 손흥민이 차올린 오른쪽 코너킥을 '전문키커' 기성용이 헤딩슈팅 한 게 골대를 훌쩍 넘어가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 16강 진출 실패 한국 벨기에.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한국과의 벨기에의 경기가 열린 27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코린치앙스 경기장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한 홍명보 감독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손흥민을 안아주고 있다. 이날 경기는 한국이 1대0으로 패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후반 중반 들어 지친 기색이 역력해진 한국은 김신욱 대신 김보경(카디프시티)을, 손흥민 대시 지동원(도르트문트)을 투입하며 반전을 노렸지만 잔뜩 웅크린 벨기에의 철옹성 수비를 뚫는 데 애를 먹었다.

마지막 '한방'을 살리지 못한 한국은 오히려 벨기에의 역습에 허를 찔렸다. 후반 15분 투입된 벨기에의 10대 공격수 디보크 오리기(19·릴)는 개인기로 한국의 수비를 뚫은 뒤 페널티아크 부근에서 강력한 중거리포를 날렸고, 볼은 김승규가 막아냈지만 흘러나온 볼을 베르통언이 차 넣어 결승골을 뽑았다. 

상파울루/김종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