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지금 안전에 대한 심각한 인식만큼 행동이 따라가지 못하는 관행이 여기저기서 발견되고 있다. 관내 지역신문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월 19일 인천시 부평구 한 건물 리모델링 공사현장의 안전불감증 사례가 이를 잘 증명하고 있다. 공사현장에 5명의 노동자 중 안전모를 쓴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고 추락방지 안전벨트도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6층 건물 신축공사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로 대부분 장비를 착용하지 않아 추락이나 낙하물 사고에 노출되어 있었다고 했다. 이에 해당 건설사는 안전점검과 함께 노동자 안전교육까지 했다며 억울한 입장을 내비쳤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작은 규모의 공사라도 낙하물 위험, 추락 위험이 있는 곳에서 안전모 착용은 의무사항으로 이미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지역의 한 예에 불과하지만 보도를 통해 전국적으로 접하는 안전불감증의 사례는 부지기수다. 익히 아는 대로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경기도 시화산단 화재, 장성요양병원 화재, 서울지하철 도곡역 화재, 1호선 지하철 신호기 고장으로 인한 역주행, 충남 아산 오피스텔 철거작업 도중 붕괴사고 등은 지난 5월 한 달 동안 줄줄이 이어진 대표적인 사고다.
안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땜질식 처방이 아닌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 여론의 대세다. 근본적인 처방을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인 원인을 먼저 살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안전불감증에 사로잡힌 원인은 삶에 대한 가치체계의 모순에 있다고 본다. 즉 생명보다는 돈과 효율성, 협동보다는 치열한 경쟁과 속도에 더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안전의 의식화, 체질화의 중요성은 그저 형식적인 구호에 불과하다. '꿩 잡는 게 매'라는 속담이 있듯이 우리 사회는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사고가 팽배하고 있다.
이러한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세상을 지배하는 가치와 질서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 세월호 사건을 겪으면서 우리는 희생자들 앞에서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했다. 무엇을 잊지 않겠다는 것인지 정서적인 면도 없지 않지만 국민 각자가 행동으로 보여 줄 때만이 그 말과 다짐은 가치가 있는 법이다.
중국 역사서인 '주서(周書) 이기전(李基傳)'에 부위정경(扶危精傾)이라는 말이 있다. 즉, '위태로울 때 잘못을 바로 잡아 기우는 나라를 바로 세운다'는 뜻으로 지금의 상황에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말이 아닌가 싶다.
안전은 더 이상 유행을 타는 일시적인 반짝 화두로 그쳐서는 곤란하다. 우리 모두가 바라는 인간다운 삶, 품격있는 선진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안전은 계속해서 현재진행형으로 유지돼야 한다. 이러한 실천이 시대적, 국가적 과제이며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박상원 새마을지도자 인천시협의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