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수구와 중고차수출업체가 소송을 벌이는 동안 송도유원지를 차지한 불법 중고차수출업체는 오히려 늘었다.
30일 오후 1시께 송도유원지 중고차수출단지. 유원지 입구까지 중고자동차가 빼곡히 주차돼 있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유휴부지였던 이곳까지 중고차수출업체가 들어선 것이다. 송도유원지 내에는 중고자동차가 빼곡히 들어서 이동 통로를 제외하고 빈 땅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연수구는 지난해 7월 이곳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할 계획이었지만 중고차수출업체들이 '행정대집행 계고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내면서 대집행 절차는 중단된 상태. 연수구는 1심에서 승소했지만, 중고차업체가 항소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행정대집행도 연기됐다.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을 노려 불법 중고차수출단지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이곳에서 각종 불법행위도 난무하고 있다는 것이 주민과 관계기관의 이야기다.
야간에 인근 지역에서는 중고차를 실어 나르는 '캐리어'가 도로 곳곳을 무단 점유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지자체와 경찰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무등록 불법 정비업소는 이날도 송도유원지에서 영업을 하고 있었다.
연수구에 따르면 구가 최근 1년간 무등록 정비업소를 경찰에 고발한 횟수는 수십 회에 달한다. 경찰도 최근 송도유원지 등 중고차수출단지에서 무등록 정비업소를 운영한 업체 대표 등 20명을 불구속 입건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유사석유 주유까지 불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이야기.
인근 지역 주민이 최근 촬영해 제공한 사진을 보면 송도유원지 안에서 유사석유 판매가 이뤄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주민 A씨는 "업체가 직접 차로 유사석유를 실어 나르며 기름을 넣고 있다"며 "집 주변이 불법 천국이라 불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계기관은 불법 중고차수출단지 확대를 지켜보고만 있다.
연수구 관계자는 "컨테이너의 경우 늘어나면 현장에 나가서 경찰에 고발을 하지만 무단 적치된 차량은 인천시에서 해야 할 부분"이라며 "중고차수출단지가 커지고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구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관광진흥법의 적용을 받는 송도유원지에 대한 단속권한은 연수구에 있다"며 "이동하는 자동차에 대해 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관계기관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확대된 불법 중고차수출단지로 인해 주민 민원이 계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신임 구청장은 불법 중고차수출단지를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지역 현안으로 꼽으며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이재호 신임 연수구청장은 지난 27일 경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송도유원지 적치장에 대한 불만이 가장 먼저 해결할 부분이다"며 "전임 구청장이 계고장까지 전달했지만 지금까지 이곳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 꼭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홍현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