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시의원인 이모(47)씨는 요즘 늦둥이를 기르는 맛에 푹 빠져 있다. 중년을 넘어선 이씨 부부는 요람에서 방긋거리는 아이의 미소를 보고 있노라면 새록새록 피어나는 생활의 활력에 시간 가는줄 모른다. 젊은 부부들에겐 아이 기르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겠지만 이들 부부에겐 오히려 늦둥이가 색다른 묘미를 가져다 주고 있는 것이다. 결혼 생활 10년이 넘도록 아이가 없어 병원을 전전하며 마음 고생이 심했던 이들 부부는 금지옥엽처럼 늦둥이를 기르고 있다. 아이의 재롱이 눈에 밟혀 부인은 과감하게 경영하던 레스토랑도 정리했다.
'노산'(老産)으로 낳은 아이지만 이씨는 '늦둥이'라고 애써 고집한다. 한때 아이 갖기를 포기했던 이씨는 천신만고 끝에 생긴 식구를 보물처럼 여기고 있는 것이다. 아이를 낳은뒤 집 분위기도 완전히 달라졌다. 가족들끼리 대화가 크게 늘었고 아이 보는 맛에 이씨는 매일 일이 끝나면 뒤도 돌아다 보지 않은채 집으로 종종걸음 친다. 주변에선 웃음 그칠줄 모르는 그의 모습을 보고 '팔불출'이라고 놀려 대지만 이씨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는 “특별한 이상이 없는데도 10년동안이나 임신이 안돼 아예 출산을 포기 했었다”면서 “아이를 낳는 순간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을 얻은 기분이었다”고 싱글벙글한다.
늦둥이를 갖는 40대 이후 부부들이 크게 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산모 1천명당 35~39세 출산자는 지난 2000년 17.4명으로 10년전 1991년의 10.8명 보다 크게 늘었다. 전문가들은 늦둥이를 낳을 경우 대부분 산부가 '고령 출산'이다보니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중년 부부들은 '사주기'의 대리만족을 얻기 위해 늦둥이 출산을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늦둥이로 인해 극복해야 할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이다. 나이 차에서 비롯된 형제들간의 갈등, 또래 부모들 틈에서 생길 수 있는 수치심, 육아 비용문제 등….
반면 늦둥이가 중년 부부들에게 주는 색다른 즐거움도 많다. 늦둥이가 가족들간 정을 쌓는 매개 역할을 하고, 중년 부부들에게 다시 신혼기분으로 되돌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맞벌이 부부인 김모(51)·이모(50)씨 부부는 지난 해 중대 결단을 내렸다. 아동복지재단으로부터 재롱둥이 여아를 입양한 것이다. 대학생인 아들(22)을 두고 있는 김씨 부부가 입양을 결심한 것은 무료한 가정생활에 활력을 얻기 위해서다. 입양 결정을 내리기 까진 가족들의 반대가 심했고 아이의 장래 걱정때문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러나 부부는 결국 늦둥이 생후 6개월의 여아를 입적했다. 교사일을 하는 부인 이씨는 시골 부모님에게 아이를 맡겼지만 육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감하게 명퇴할 생각이다.
김씨의 경우처럼 직접 임신이 불가능한 부부들은 입양에도 적극적이다.
또 호적에 올리지 않는 위탁양육도 크게 늘고 있다. 2년전부터 시행되고 있는 '가정 위탁 아동'제도에 중년 부부들의 발길이 몰리고 있다. 위탁 양육가정은 시행 첫 해 지난 2000년 말 1천307가구였으나 다음해 6월엔 2천857가구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 중 40~50대 부모가 전체의 절반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늦둥이에 애착을 보이는 중년 부부들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새롭게 관심을 끌고 있는 위탁양육문화가 해외 입양 천국이란 우리의 오명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강조한다.
◆ 고령출산 계획 주의할점
중년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늦둥이를 선호하는 부부들이 늘고 있다. 그렇지만 가정질서에 문화적 충격을 주고 노산이라는 점 때문에 늦둥이 갖기는 그만큼 위험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늦둥이를 가질때 중년 부부들이 사전에 고려해야 할 몇가지를 살펴보자.
■ 산모와 아이의 건강
늦둥이의 경우 대부분 고령 출산이기 때문에 임신중 당뇨와 고혈압, 전치 태반 등 각종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 다운 증후군 아기가 태어날 확률도 나이에 비례해서 높아진다. 이 증후군의 경우 35세 이상인 경우 365명중 1명, 40세 이상인 경우엔 109명당 한명 꼴로 크게 높아진다는 통계 수치가 나와 있다.
■ 다른 형제들과의 갈등
한창 성문제에 민감한 사춘기 아이들이 늦둥이를 낳은 부모들에 대한 막연한 혐오감을 가질 수 있다. 또 형제들간에 부모의 내리 사랑이 늦둥이에게 옮겨 가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극복해야 할 어려움이다.
■ 늦둥이 본인도 힘들어 한다
노령 출산이다보니 늦둥이의 성장과정에 부모들이 소홀할 수 있다. 또 다른 엄마와 비교했을때 나이가 많은 자신의 부모를 부끄러워 하는 콤플렉스를 극복해야 한다.
이밖에 늦둥이 부모들은 아이의 인성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든가, 육아과정에서 힘이 부치는 등의 어려움을 감수해야 한다.
저무는 청춘 되찾아준 우리집 '보물' - 늦둥이 유행
입력 2002-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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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3-11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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