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강화군 양사면 교산리 국제복음고등학교엔 그렇게 봄손님이 찾아와 안방을 차지했다. 학교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볼품없는 교정이지만 활기가 돌았다. 학교 부지를 마련하지 못해 이 학교 교사들과 학생들은 인천시 교육청의 서사학습체험장을 대신 빌려 쓰고 있다. 오후 햇살을 받으며 시작된 1학년 5교시 수업. 여드름 가득한 얼굴에 총 천연색으로 화장한 미정(가명), 머리를 노란색으로 물들인 현수(가명). 여기에 더해 귀고리를 하거나 코나 입술을 뚫은 피어싱을 한 아이들도 간혹 눈에 들어왔다. 일반 고등학교의 엄숙한 수업 분위기를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 교실에선 남·여 학생들의 수다로 시장바닥보다 더 시끄러웠다. 심지어 풍주(가명)가 다른 친구들을 꾀어 화장실에서 '구름과자(담배)'를 먹었다는 고자질에 교실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됐다. 그래도 교사는 학생들을 나무라기는 커녕 오히려 수다를 거들 정도다. 교단에 서있다는 점을 빼고는 교사와 학생 모두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이것이 인천에선 처음 시도되는 대안학교의 수업분위기다. 제도교육에 길들여진 외부인에겐 교실의 낯선 분위기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당혹스럽기 까지 하다.
수업이 끝나고 휴식 시간 교무실.
교무실에 들어와 마대자루와 빗자루를 가지고 장난질치는 아이. 교사 책상에 걸터 앉아 교사에게 큰소리로 무언가를 따지는 아이 등…. 얼핏 보면 전혀 질서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그렇지만 교사와 학생들은 익숙한 듯, 오히려 자유스런 분위기를 즐기는 듯 거리낌 없는 표정이다. 학생들에게 호통을 치거나 체벌을 하는 일반 고등학교 교무실의 팽팽한 긴장감을 이곳에선 찾아볼 수 없다.
10명의 교사와 73명의 학생들은 이렇게 그들만의 해방공간에서 제도교육을 거부한 채 서로 24시간 숙식을 같이하며 생활하고 있다.
이곳에선 체벌과 학내 폭력을 찾아볼 수 없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대화하고 아이들은 스스로 질서를 만들어 지키는데 익숙하기 때문이다. 제도권 교육에 적응하지 못한 채 이곳으로 피난 온 학생들도 시간이 흐르면서 질서를 존중하는 놀라운 변화를 보인다는 게 학교측의 설명.
이 학교에선 10개의 공통과목외엔 일반 고등학교와 수업과정이 전혀 다르다. '열린교육·열린수업'을 기치로 다양한 체험 학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 스스로 NGO 현황을 조사하거나 가입해 활동하고 장애인과 함께 하는 이웃사랑실천 등과 같은 공동체 교육이 중점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해부터 처음 시도되고 있는 환경교육은 학생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환경 호르몬문제, 인스턴트 식품, 유기농 등 다양한 환경 수업이 학생들에게 색다른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학교 학생들은 전혀 방해받지 않고 본인이 원하는 분야를 공부한다. 서울국악고등학교에서 전학온 3학년 지예는 메탈록의 보컬로 성공하기 위해 매일 연습실을 찾아 목소리를 다듬는다. 같은 3학년 지영인 요즘 문신예술로 관심을 끌고 있는 타투(Tattoo) 공부에 열중하는 등 놀랄 만큼 개성이 강한 게 이 학교 학생들의 특징이다.
설립 3년째인 이학교는 큰 아픔을 가지고 있다. 관선이사가 파견되는 등 학내 문제로 진통을 겪다 이제 겨우 새로운 이사장이 학교를 맡아 상처를 치유중이다. 이 학교는 기나긴 고통의 터널을 지나 이제 겨우 정상화 노력들이 한창 진행중이다. 요즘 이 학교의 가장 큰 고민은 참교육의 이상과 현실에서 오는 괴리감이다. 대학진로 문제에 봉착한 3학년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입시 고민을 토로하기 때문이다. 또 이 학교는 학생들에게 안정을 찾아주기 위해 교사를 확보하는 것도 시급한 문제다.
이 학교 조규호 교감은 “대안교육에 대한 실험이 한창 진행중이지만 지금까진 그 효과가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그렇지만 대학 입시 문제가 대안교육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대안학교는?
뒤틀린 교육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대안을 찾는 시도들이 활발하다. 교육 붕괴라고 일컬어지고 있을 정도로 우리 사회가 직면한 심각한 위기의 본질에 대한 공감대에서 '대안교육운동'이 시작됐다. 이 운동은 몇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자연과 더불어 함께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적 인간, 생명을 존중할 줄 아는 인간으로 키우는 '지속가능한 가치'를 지향한다는 점이다. 또 교육 철학이나 이념을 가장 잘 펼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작은 학교'를 전략적으로 선택하고 있다.
이와함께 공교육의 발달 과정에서 뒤틀려 버린 교육 주체간의 관계를 회복시키기 위해 학습자와 교사, 그리고 학부모의 상호협력 관계를 중시하는 '제자리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