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KBS, 문창극 보도 왜곡했는지,
내용 이해 못했는지 논란에
국민은 '국민의 방송' 슬로건보다
정상적 절차에 의한
공정하고 객관적 보도였는지가
더 중요하다는걸 이제 깨달아


게이트 키핑 (Gate Keeping)은 언론조직이 시간과 공간(지면)의 제한으로 취재·편집·보도 과정에서 뉴스가치에 따라 사건을 취사선택해 기사화하는 과정이다. 사건 전체를 모두 기사화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독자·시청자가 사건의 핵심을 쉽게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 언론조직은 어떤 것은 기사화하고 어떤 것은 기사내용에서 빼야 한다. 따라서 언론조직의 능력과 수준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은 게이트 키핑 과정에서의 윤리의식, 뉴스가치 판단 능력, 사건에 대한 이해력 등이다. 특히 게이트 키핑의 결과로 왜곡 논란을 불러일으킬 때 이 세가지 기준은 언론조직의 의미와 존재가치를 드러나게 한다. 최근에 게이트 키핑 논란을 크게 불러일으킨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에 관한 KBS보도 내용을 위의 세가지 기준에 비춰 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확인된다.

우선 윤리의식 측면에서 볼 때 게이트 키핑 최종 책임자인 보도국장 사임 이후 사실왜곡 논란이 벌어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 과정이 매우 거칠었고 이는 KBS 언론조직의 게이트 키핑 과정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임을 우려하게 했다. 따라서 KBS가 건전한 윤리의식을 가진 언론조직이었다면 이를 고려해 보도에 더욱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 어떤 과정을 거쳐 관련 영상물을 입수했고 왜 전체 내용중 일부만 편집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대상이 되는 문제의 내용을 방송하기로 결정했는지 모르지만 조직내 게이트 키핑 과정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러한 보도는 사실왜곡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윤리적 측면에서 고민했어야 했다.

둘째, 뉴스가치 측면에서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가 종교단체에서 종교인으로서 한 발언이 그토록 중요했는지 궁금하다. 사실 핵심은 관련 발언 자체가 아니라 총리직을 수행할 때도 종교인으로서의 가치관과 판단을 유지할 것인가가 됐어야 했다. 그리고 저널리즘 보도원칙에 따라 보도 전에 당사자의 반대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려는 노력도 필요했다. 이러한 노력이 없었던 상황에서 뒤늦게 공개된 원본 내용은 문 전 후보자가 우리 역사의 과거 고난을 강조하면서 동북아시대 기독교인이 분발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발언이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여기에 KBS의 보도가 성경의 구약적인 해석을 거두절미해서 친일파로 몰아갔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과연 구약 성경에 대한 종교인으로서의 해석문제가 총리인준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였을까?

마지막으로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 강연내용에 대한 KBS 언론조직의 이해수준이 어떠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당시 보도내용은 문 전 총리 후보자의 발언을 종교적 맥락에서 설명하지 않고 있다. KBS 언론조직이 성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거나 아니면 강연맥락의 축을 이루는 성경내용보다 자극적인 '멘트'를 더 중시하지 않았는지 궁금해진다. 두 경우 모두 KBS언론조직의 사건에 대한 이해력 문제를 드러나게 했다. 언론조직 종사자들은 모든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더라도 모든 분야 전문가의 설명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능력은 필요하다. 그래야 최소한 그들이 이해한 사건의 내용을 기반으로 독자·수용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 만약 그들이 이해못한 사건내용이 있다면 그 내용은 보도하지 말아야 한다. 자신도 이해못한 내용을 보도한다면 이는 사회적 공기(公器)로서 무책임한 행위다. 그런데 준조세성격의 국민수신료로 운영되는 KBS 언론조직이 보도하고자 하는 내용의 맥락을 삭제해 왜곡을 조장했다든지, 그 내용을 이해못했다든지 하는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이는 시청료를 내는 국민을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러한 논란들로 인해 최근 구성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문제의 보도내용에 대한 제재여부를 판단할 예정이고 KBS는 현재 사장선임 과정에 있다. 따라서 조만간 임명될 KBS 사장의 첫 임무가 '시청자에 대한 사과'가 될 수도 있다. 이제 국민은 깨달았다. 국민의 방송이라는 슬로건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건전하고 정상적인 게이트 키핑에 의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국민의 이러한 깨달음으로 시작될 변화를 KBS를 포함한 모든 언론 조직이 통감(痛感)하기 바란다.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