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오십년 살고보니/ 나는 나는 구름의 딸이요 바람의 연인이라/ 눈과 서리가 비와 이슬이 강물과 바닷물이/ 뉘기 아닌 바로 나였음을 알아라.(유안진 자화상 中)

오십의 인생을 노래하던 여류시인은 어느새 일흔이 넘었다. 여전히 단아한 모습으로 관객 앞에 서 자신의 시를 낭독하는 시인의 음성은 그 자체로 음악이었다.

지난 6일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열린 시니어콘서트 '가장 특별한 초대'의 한 장면이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우리나라 성장의 밑거름이 돼 준 세대에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자 마련한 자리다.

단원 평균연령이 삼십대이고, 지휘자마저 삼십대인 젊은 오케스트라 경기필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토크 콘서트 형식의 공연이었다.

국내에서 첼로를 배운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한국 첼로의 대부 나덕성의 '콜 니드라이(막스 부루흐의)'연주와 유안진 시인의 시낭독에 이어 한국의 스리테너 김태현, 김신환, 김화용이 무대에 섰다.

경기필을 제외하고 출연자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사람은 오십대 중반의 문화평론가 김갑수였다. 그의 사회로 적게는 60대, 많게는 90대 출연자들이 저마다의 예술 인생 중 가장 빛나던 시절을 이야기했다. "앞으로 올 시간이 더욱 설렌다"는 첼리스트 나덕성의 말에 관객은 긴 박수를 보냈다.

최고령 출연자는 '그리운 금강산'의 작곡자 최영섭이었다. 아흔에 가까운 작곡자는 지금까지 600여곡의 작품을 남겼다. 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 슈베르트가 600여곡을 남겼기 때문에, 그와 조금이라도 닮고 싶어서 그만큼 곡을 썼다"고 말했다.

가곡 '그리운 금강산'에 관해서는 "멜로디라인이 금강산 모양을 본뜬 것"이라며 "곡 이름이 '그리운' 금강산인 것이 못내 슬프다. 언젠가는 '우리'금강산이나 '사랑하는' 금강산을 부르게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공연의 마지막 순서에서 '그리운 금강산'을 3명의 테너와 최영섭 작곡가, 그리고 관객이 합창했다. 성시연 지휘자도 관객을 향해 돌아서 지휘하며 함께 불렀다. 노래가 끝난 후에도 공연장은 박수와 환호가 오랫동안 머물렀다.

경기필은 오는 11월 2일 성남아트센터 콘서트 홀에서 다시 한 번 '시니어 콘서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유은총 (문화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