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침몰 당시 관제업무를 소홀히 하고 근무상황을 촬영하는 CCTV 영상을 삭제한 혐의(직무유기 등)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전남 진도 연안 해상교통관제센터(VTS) 소속 해경 3명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3일 오전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렸다. 사진은 이날 오후 진도 VTS의 모습. /연합뉴스
세월호에 대한 부적절한 운항 승인과 부실한 안전검사는 물론 침몰시 드러난 정부 기관의 '부실 대응'은 결국 한명의 승객도 구하지 못한 채 293명의 사망자와 11명의 실종자를 낸 주요인으로 지목됐다.

8일 감사원이 공개한 '세월호 침몰사고 대응실태' 중간감사 결과를 보면 사고 직후 승객들의 소중한 목숨을 한 명이라도 더 구할 수 있었던 기회들이 해양경찰청 등의 부실 대응으로 곳곳에서 허비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 건성근무·책임 회피·허둥지둥에 '골든타임' 허비 = 감사원에 따르면 세월호 침몰이 시작된 4월 16일 오전 8시50분께 이를 가장 먼저 감지했어야 할 전남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는 '감감무소식' 상태에 있었다.

오전 9시까지 이어지는 야간 근무에서 정규인원인 2명이 아닌 1명이 근무한 탓에 사고가 일어나고 16분이 지난 9시6분에서야 목포해경의 통지를 받고 사고가 난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진도VTS는 또 9시7분부터 37분까지 30분간 세월호와 단독으로 교신하는 동안 배 안에서 승객이동이 곤란한 점 등 긴박한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했지만 이를 현장 구조요원이나 구조본부 등에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가장 먼저 구조에 관여했어야 할 진도VTS가 정작 사고 발생(오전 8시50분)부터 교신 종료까지 47분의 '피같이 소중한' 시간을 날려버린 셈이다.

이와 함께 최초 사고 신고를 접수한 기관들은 서로 책임을 미루거나 허둥지둥 대는 통에 소중한 시간을 고스란히 허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발생 직후인 오전 8시52분 단원고 학생으로부터 최초로 사고 발생신고를 받은 전남소방본부는 '해상사고는 해경 소관'이라는 이

유로 21분을 흘려보낸 후에야 소방헬기 출동지시를 내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더구나 전남 소방본부장이 전남 행정부지사를 헬기에 태우려고 시간을 지체하는 바람에 10시 37분에야 헬기가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밝혀졌다.

목포122구조대는 오전 9시가 조금 넘어 출동에 나서고도 바로 옆 해경 전용부두에 정박 중인 513함(상황대기함) 대신 버스와 어선을 타고 가느라 세월호가 상당 부분 가라앉은 낮 12시13분에서야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이들이 513함에 탔다면 1시간을 더 당겨 오전 11시10분에 현장도착이 가능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서해해경청 특공대 역시 탑승가능한 선박이 있는지 확인도 않고 무작정 목포항으로 갔다가 뒤늦게 헬기를 이용하는 바람에 기대시간보다 43분이 늦은 오전 11시28분에 현장에 도착하게 된 것으로 확인됐다.

◇ 현장 대응도 갑갑하기는 마찬가지 = 승객들을 배 안에 실은 채 세월호가 서서히 가라앉는 동안 각종 함정, 관제센터, 정부기관 등이 세월호나 승객 등과 통신을 주고받았지만 누구도 구조에 도움이 되지는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해역에 가장 먼저 도착한 목포해경 소속 123정은 세월호와의 교신에 실패하자 재교신을 시도하지 않았고, 목포 해경은 오전 9시10분경 이준석 선장과 휴대전화 통화 2차례를 한 것이 전부였다.

123정은 또 오전 9시3분 현장 도착당시에서 40분이 지난 43분에야 "승객이 안에 있는데 배가 기울어 못나오고 있다"고 처음 상황보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123정이 '세월호 400m 전방에서 승객 탈출안내 방송을 했다'고 하지만 헬기 소음 등으로 승객들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밝혔다.

이 외에 세월호 객실 승무원으로부터 사고 신고를 받은 목포해경은 '선내 대기 방송' 중이라는 사실을 듣고도 방송중단 등을 요구하지 않고 통신도 끝까지 유지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갑갑한 초동 대처는 이들을 지휘했어야 할 서해해경청과 해경본청도 마찬가지였다.

서해해경청은 오전 9시24분 세월호에서 진도VTS를 통해 승객 비상탈출 여부를 문의해오자 적절한 구조조치를 지시하는 대신 "선장이 현장상황을 판단해서 결정하라"고만 대응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해경본청은 오전 9시47분 123정으로부터 "갑판과 바다에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보고를 받고도 즉각적인 선실진입·승객퇴선 유도 등의 기본적 지시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경본청은 세월호가 100도 이상 기울어 좌현이 완전히 침수된 후인 오전 10시 17분까지도 "여객선 자체부력이 있으니 차분하게 구조할 것"이라는, 현장상황과 동떨어진 지시를 내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구조의 중심축인 해양경찰과 그 소속기관 등이 근무 태만, 책임 회피, 어설픈 대응 속에 시간을 허비하는 동안 세월호는 300여명이 넘는 승객을 태운채 이날 오후 배가 완전히 뒤집힌 채로 침수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