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수행에 대한 평가라고는 하지만 국민들은 정권에 대한 지지율로 받아들인다. 최고집행권자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권력의 수입이다. 정책집행을 권력의 지출이라 한다면 권력을 추동하는 원천이 되는 수입은 지지율이다. 대통령이 임기동안 국회의석에 관계없이 주어진 권한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권력구조적 관점에서 대통령제의 가장 큰 장점은 정치안정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대를 지탱하지 못하면 정치적으로 권력누수현상은 불가피한 것이 대통령제의 숙명이기도 하다. 이러한 레임 덕은 대체로 임기 말 측근과 친인척에서 유래하는 것이 역대 정권에서 경험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이다.
박근혜 정권이 출범한 지 1년4개월여를 맞는 시점에서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 본 동 시기의 지지율은 결코 좋은 성적이 아니다. 세대로는 50대 후반, 지역적으로는 영남, 이념적으로는 보수 성향 유권자의 강고한 지지가 있다 하더라도 민심은 바로미터의 역할을 한다. 바로 그 결과가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적 평가의 상승이다.
결정적 요인이 인사난맥이다. 이는 시민사회, 국민과의 소통 부재와 동전의 양면을 이루고 있다. 권력 핵심과 시민사회 인식의 간극이 벌어지는 것은 시대정신에 대한 성찰 부재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세월호 참사 이후 두 명의 총리후보자 낙마가 주요 원인으로 볼 수 있으나 보다 근본적인 국정운영 방식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민주주의의 요체는 책임성과 대표성이다. 국정의 최고 집행권자가 국민에 대해 최종적으로 책임을 지는 제도가 대통령제다.
정홍원 총리 유임은 청와대의 설명대로 국정공백 최소화라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국민이 납득할만한 이유라고 할 수 없다. 세월호 참사 후 정부의 무능한 대처에 책임을 지는 정치적 행위가 정 총리의 사의표명이었다면 이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두 명의 총리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청문회 제도 탓으로 돌린다면 이는 본말의 전도(顚倒) 그 자체다. 대통령이 5월19일 '눈물의 담화'에서 밝힌 '국가 대개조'는 국민에 대해 책임지는 정치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책임정치의 실종에 대해 국민은 지지의 철회로 민심을 표출하고 있다.
2기 내각의 인사청문회가 진행중이다.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더라도 대통령의 임명권 행사는 법적 하자가 없다. 그러나 정권의 입장에서 볼 때 7·30재보선을 앞둔 인사청문회는 딜레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후보를 낙마시키면 인사실패를 자인하는 결과가 되고 이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지지율의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 그렇다고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임명권을 행사한다면 민의를 대표하는 국회의 의사를 묵살한 것이 되므로 지지율은 더 하락할 수 있다. 이도 역시 인사문제다.
정공법이 답이다. 검증이 소홀해서 국민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후보가 국회의 인사청문 벽을 넘지 못하면 정치적 유불리와 무관하게 민의에 화답하는 것이 권력의 수입을 늘려가는 길이다. 왕도가 없다. 권력은 반만 행사할 때 더 커진다. 남의 의사에 반(反)해서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키는 것이 권력이라는 말은 권력에 대한 사회과학적 정의(定義)일 뿐이다. 보다 큰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바뀔 수 있다. 상승할 수도, 더 하락할 수도 있다. 민심은 요동치게 마련이다. 그러나 민심의 추이가 왜 바뀌고 있는가에 대한 성찰은 전략적으로도, 당위적으로도 반드시 필요하다. 권력의 논리에 함몰되지 않는 철저한 반추와 자기성찰은 지지율을 다시 상승하게 할 수 있는 원천이다.
/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