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미군기지(캠프마켓) 조기 반환을 두고 기지내 환경 오염을 일으킨 미군측이 원인자 부담 차원의 정화 작업과 관련,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부와 미군측은 2016년말 반환이 예정된 부평미군기지(44만㎡) 가운데 DRMO(군수품재활용센터·8만8천187㎡) 부지에 대한 조기반환 협상을 벌이고 있다.

한미 양측은 올 4월 SOFA(한미주둔군지위협정) 시설구역분과위원회 실무협의를 통해 조기반환 구역의 범위를 정했고, 조만간 SOFA 환경시설분과위원회에서 환경평가와 정화 등에 대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미군측은 자신들이 제시한 수준 이상의 환경오염 정화는 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어 협상이 어려울 전망이다.

미군은 조기반환구역 오염 정화에 대해 'KISE(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 기준치를 적용하고, 이와 더불어 지하저장탱크 제거, 저장탱크 내 연료 방출과 제거 등 8개 항목을 추가로 처리해준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미군측이 내세우는 오염 정화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미군의 KISE라는 게 오염된 양을 뜻하는 것으로 추정되나, 이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다"며 "시는 국내법(토양환경보전법)의 기준에 따른 오염정화를 해야한다는 입장이지만 미군측은 환경문제를 거론하지 말라며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가 지난해 실시한 부평미군기지 주변 지역 2단계 환경기초조사에 따르면 부영공원 등 미군기지 인근 토양이 유류와 중금속 등으로 국내 기준치 이상 오염돼 있다고 조사됐다.

심지어 국내에는 기준치조차 없는 맹독성 발암물질이 다량 검출되기도 했다. 현재까지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부평미군기지 내 환경오염 문제는 더 심각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시는 DRMO 조기 반환 협상 결과가 향후 부평미군기지 전체 반환 협상에 준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섣불리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유정복 시장이 내년 초 환경부 장관과 주한미국대사를 면담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조기 반환 협상의 조속한 타결을 위한 정부의 정책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