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0 재·보궐선거 서울 동작을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하는 새누리당 나경원(왼쪽부터), 새정치민주연합 기동민, 통합진보당 유선희, 정의당 노회찬 후보. /연합뉴스
극심한 인물난과 과도한 경쟁에 따른 자중지란까지 겹치면서 잡음이 무성했던 여야의 7·30 재보선 공천이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후보등록을 불과 하루 앞둔 9일 주요 예상격전지의 후보가 정해질 정도로 '벼락치기' 공천이었다. 정치권 안팎에선 "유권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승리 지상주의'가 공천과정을 지배했다.이 과정에서 원칙, 의리, 신뢰 등의 가치는 매몰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읽기 공천'…흥행확보 불구 절차적 정당성 훼손 = 새누리당은 이날 천신만고 끝에 나경원 전 의원의 서울 동작을 보궐선거 공천을 확정했다. 이로써 한상률 전 국세청장 공천을 놓고 재의 결정이 내려진 충남 서산·태안을 제외한 14개 재보선 지역의 여당 후보자가 결정됐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이날 오후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열고 수원병(팔달)에 손학규 고문을, 광주 광산을에 권은희 전 과장을 각각 전략 공천키로 의결했다.

▲ 7·30 재·보궐선거 경기 수원병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하는 새누리당 김용남(왼쪽부터),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통합진보당 임미숙, 정의당 이정미 후보. /연합뉴스
거물급 인사들의 대규모 복귀무대로 점쳐졌던 애초 예상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서울 동작을을 비롯해 권은희 전 과장의 출마로 순식간에 관심지로 떠오른 광주 광산을까지 대진표는 외견상 '흥행성'을 갖췄다.

하지만 공천의 과정은 낡은 방식을 답습하면서 많은 문제점을 노정했다. 새누리당은 동작을 후보를 놓고 손사래를 치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에게 '십고초려'라며 스스로 '스토커 설득'을 마다않는 무리수를 두었다.

또 새누리당 공천위는 서산·태안에 한상률 전 청장을 공천했지만, 정작 당 지도부는 비리 의혹을 해소하지 못했다며 공천을 물리는 일까지 벌어졌다.

'파벌 논리'가 강하게 작동했던 새정치연합의 사정은 더욱 심각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측근으로 광주 광산을 공천을 신청한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동작을에 전략공천하면서 '운동권 20년 지기'인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이 강하게 반발해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안철수 대표 측근인 금태섭 전 대변인을 동작을에서 수원정(영통)으로 돌려 공천하려다가는 격렬한 내부 반대에 부닥친 것도 '아름답지 못한' 장면으로 꼽힌다.

▲ 7·30 재·보궐선거 전남 순천·곡성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하는 새누리당 이정현(왼쪽부터),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통합진보당 이성수 후보. /연합뉴스
◇'시선집중' 선거구는 = 최대 격전지는 새누리당 나경원 전 의원과 새정치연합 기동민 전 서울시부시장, 정의당 노회찬 전 대표까지 가세해 3파전 구도가 형성된 동작을 보궐선거다.

새누리당은 동작을 선거에 나 전 의원을 내세워 '박원순맨'인 기 전 부시장과 대결토록 했다. 2011년 10월 박원순 vs 나경원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리턴매치'가 되는 셈이다.

새정치연합으로선 무소속 출마를 불사하겠다는 허동준 전 위원장을 달래 무소속 출마를 막는 일이 급선무다.

동작을 자체는 야당 지지성향이 강한 지역이지만 야권 후보가 난립하는 현재로서는 어느 한쪽의 우위를 점치기 쉽지 않다는 게 양측 모두의 판단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인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인 서갑원 전 의원이 각각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공천된 전남 순천·곡성도 관심지대다. 두 전·현직 대통령의 대리전 성격이 가미됐다.

▲ 7·30 재·보궐선거에 광주 광산을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하는 새누리당 송환기(왼쪽부터),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 통합진보당 장원섭, 정의당 문정은 후보. /연합뉴스
새누리당 불모지인 호남에서 이 전 수석이 선전하면 여권 차원에서 의미있는 득점이고, 서 전 의원이 '텃밭'에서 승리하면 기사회생의 기회를 얻는 셈이다.

3곳에서나 재보선이 치러지는 수원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새누리당 임태희 전 의원과 경기도지사 출신의 새정치연합 손학규 고문이 지역을 엇갈려 출마한다.

임 전 의원은 애초 경기 평택을을 희망했다 수원정(영통)에 전략공천됐고, 손 고문은 수원병(팔달)에 '구원투수'로 전격 투입됐다.

거물급 인사의 정면 승부는 아니지만 수원 3곳의 보궐선거는 결국 '패키지'로 치러질 수밖에 없는 만큼 여야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을 각오해야 한다.

경기 김포와 평택을은 새누리당에선 '지역일꾼형' 신인 정치인을 내세웠고 새정치연합은 중진을 배치했다.

새누리당은 평택을 재선거에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의 유의동 후보를 확정했고, 새정치연합은 19대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번에 복귀전을 치르는 3선의원 출신의 정장선 전 의원을 배치했다.

▲ 오는 30일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교동의 한 인쇄소에서 경기도선관위 직원들이 프린트 된 재·보궐 선거를 알리는 포스터를 살펴보고 있다. 경기도선관위는 선거 홍보 포스터를 제작, 선거가 실시되는 수원과 평택, 김포 지역에 배포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쌍용차 공장이 자리잡은 이 지역에선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의 김득중 지부장이 '무소속 진보 단일 노동자 후보'를 내세워 출마한 상태다.

김포 보궐선거에서는 기업인 출신의 새누리당 홍철호 전 당협위원장과 야권 대권 예비주자였던 새정치민주연합 김두관 전 경남지사가 맞붙는다.

광주 광산을도 새정치연합이 지난 대선 때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사건에 대한 수사외압 의혹을 폭로했던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공천키로 결정, 여론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