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터·번식지 축소따라
3년새 50% 이상 급감
람사르습지 지정이 무색
저어새 등 멸종 위기종
체계적 보호방안 시급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송도 갯벌에 찾아오는 조류의 수가 3년 만에 50% 이상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래픽 참조

10일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EAAFP(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 인천―경기 생태지역 태스크포스 워크숍'에서 국립공원관리공단 국가지질공원사무국 황보연 박사(조류 생태학)는 "송도국제도시와 주변지역에서 확인된 조류의 연간 최대 개체수가 2010년 2만9천936마리에서 지난해 1만2천67마리로 줄었다"고 밝혔다.

도요새·물떼새와 같은 섭금류와 오리 종류인 수금류의 개체수 감소가 두드러졌다. 2010년 이 지역을 찾은 섭금류와 수금류는 각각 2만1천873마리와 8천63마리였지만 지난해에는 불과 8천75마리와 4천12마리의 서식이 확인됐다.

이처럼 송도에서 조류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든 이유에 대해 황 박사는 송도국제도시 갯벌 매립으로 조류 먹이터와 번식지가 축소된 점을 꼽았다. 송도갯벌 면적은 과거 22.71㎢였지만 현재 '고잔 갯벌'로 불리는 송도 11공구와 6·8공구, 9공구 일대에 6.71㎢만 남아있다.

송도를 찾는 조류 개체수는 줄고 있는 반면 이 곳을 찾는 종은 다양해졌다. 2009년에는 70종의 조류가 관찰됐지만 2012년에는 88종의 조류가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황 박사는 "갯벌이 매립됐기 때문에 섭금류나 수금류의 조류가 감소하고, 육지에서 주로 보이는 삼림성 조류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면서도 "신도시 개발이 계속 진행되면 삼림성 조류들도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송도가 검은머리 갈매기, 검은머리 물떼새, 저어새 등 멸종 위기 조류가 많이 번식하고 있기 때문에 체계적인 보호 관리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황 박사는 "현재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서 조류의 번식과 보호를 위한 인공섬을 설치하는 방안을 세우는 등 대체서식지를 조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단기간 조사에 의해 수립된 것이기 때문에 올바른 대안이라고는 볼 수 없다"며 "서식지 보호를 위한 장기간의 모니터링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AAFP 김민선 담당관도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보여주기식 대체서식지 조성을 서두를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찰과 실험 등을 통해 검증된 결과를 토대로 대체서식지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황 박사는 2010년부터 3년 동안 송도 1·3공구, 6·8공구, 5·7공구, 9공구, 11공구, 아암도 갯벌, 근린공원 북측수로, 남동 유수지 등 8곳에서 송도 갯벌 개발에 따른 조류 실태를 조사했다.

/김주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