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에 따른 기상이변에 대처하고 안정적인 물 공급과 홍수 예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4대강(한강·영산강·금강·낙동강)에는 16개의 보가 설치됐다. 전체적인 사업 효과는 기간을 두고 평가해야겠지만, 매년 되풀이되던 홍수 피해가 사라지고, 올해에는 지속되는 가뭄에도 지역농민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는 등 이수와 치수 양면에 걸쳐 현재까지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보 건설 전후의 생태계 변화에 대해 걱정하는 시각이 존재한다. 물론 생태계 보전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며 사업완료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연일 자극적 내용의 기사와 자료로 이러한 건전한 관심이 자칫 엉뚱한 방향으로 나타날까 염려가 된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큰빗이끼벌레(Pectinatella magnifica)에 대한 논란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일각에서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수질 오염으로 인해 발생했고, 독성을 띠는 등 사람에게 유해한 생물이라며 성급하게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는 아직 태형동물 관련 연구가 부족한 만큼 발생 원인 및 영향을 정확히 밝혀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큰빗이끼벌레는 주로 식물플랑크톤을 섭식하는 태형동물의 일종으로 원산지는 북미이나 현재는 중미·유럽·일본 등지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이동성은 없으나, 씨앗이라고 볼 수 있는 휴면아가 어류에 부착돼 이동할 수 있다고 한다. 국내 유입은 베스나 블루길에 부착돼 들어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우리나라에도 1990년대부터 발견됐다는 보고가 있었으며, 흐물거리는 외양적 특성으로 이슈화됐던 생물이기도 하다. 주로 수온이 20℃ 이상일 때 발생하고, 성분의 99.6%가 물로 이뤄진 젤라틴질의 군체를 이루며 어망이나 양식장의 로프, 바위, 목재 등에 부착돼 서식하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 하천에는 보 설치 이전인 2009년, 2010년에도 발생했다는 조사결과(사후환경영향조사 보고서)가 있으며, 큰 비가 오면 사라지는 특성이 있다. 이는 연구결과와도 부합하는 사실로, 가뭄이 지속돼 수온이 올라가는 기후에 큰빗이끼벌레가 나타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향후에도 생태조건만 부합된다면 언제든지 나타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일부의 주장과는 달리 독성이 없고, 피해 사례 또한 전무하다. 죽는 과정에서 비린내가 일부 발생하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생태계를 교란시킨다고 하기는 어렵다.

또한 기존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청정한 수역에서 다소 오염된 수역까지 넓은 범위에 걸쳐 출현하며, 심하게 오염된 환경에서는 생육이 어렵다고 한다. 물론 부착생물로 취수시설(취수구나 수중펌프 등)을 막는 등 물리적인 영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므로, 취수장이나 시설물 관리를 위해 번성요인을 제거할 필요는 있지만, 단지 심미적 이유와 정치문제화할 목적으로 박멸 대상으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다.

최근 일부 언론은 큰빗이끼벌레를 독성이 있으며, 맨손으로 만질 경우 두드러기가 난다는 등 수질 오염의 지표종으로 탈바꿈시켰다. 실제 연구를 한 학자들의 의견과 부합되지 않는 내용들, 또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내용만을 편집한 기사들이 연일 인터넷을 도배하는 현실이 건전한 생태계 보전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일반인들의 판단을 어지럽히고 불안감만 가중시키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가 생긴다.

객관적 사실에 입각한 지속적인 관심이야말로 보다 나은 환경을 만드는데에 일조할 수 있다.

/김용환 신한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