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30일 우리 정치사상 가장 규모가 큰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치러진다. 15석. 전체 국회의원수의 5%다. 불과 한달 전만 해도 이번 선거가 15대0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의 압승이 예상되기도 했었다. 여당의 과반수가 무너져 여소야대 국회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모든 것이 야당에 유리한 국면으로 전개됐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후유증이 여전히 진행중이고, 문창극 총리지명자 낙마, 골라도 참 희한하게 고른 2기 내각 몇몇 장관 후보들, 이전투구였던 여당 전당대회, 여기에 결정적으로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 하락 등 모든 게 야당에 유리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지금, 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는 "5석만 얻어도 잘하는 선거"라고 말할 정도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전략공천' 때문이다. 행태는 여·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분위기는 야당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서울 동작을에 광주 광산을에서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선거사무소까지 차렸던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왔다. 그리고 광주 광산을에는 '광주의 딸'이라는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내리 꽂았다'. 무려 3곳에서 선거가 치러지는 이번 선거의 핵심인 수원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다보니 '여우비' 같은 민심이 변덕을 부리고 있다. 언제 비를 내릴지 모르게 알쏭달쏭하다. 그런 민심이 이번엔 들끓고 있다. 이런 터무니 없는 공천으로 치러지는 재보선이 무슨 필요가 있냐는 '무용론'도 나온다.

사실 이번 선거에 들어가는 예산도 만만치 않다. 대충 140억여원의 혈세가 투입된다. 여기에 사회적 비용까지 계산하면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 이번 선거를 치르는 이유는 공직 선거법 위반으로 인한 당선무효, 임기 중 각종 비리로 인한 피선거권 상실, 지방선거 출마로 인한 중도사퇴가 원인이다. 쓸데없는 선거비용 낭비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그래서 선거 출마를 하기 위한 의원직 사퇴와 범법행위로 인해 의원직을 박탈당했을 경우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에게 선거관리경비를 전액 혹은 일정 부분을 부담하도록 하는 방안이 하루빨리 마련되어야 한다. 만일 이런 제도가 있다면 국회의원들의 무책임한 의원직 사퇴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선거법을 위반하거나 뇌물을 받는 정치인들도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어렵다. 우리의 선거법이 모두 정치인들을 위한 법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재보선에는 매우 낮은 투표율을 보였다. 이번 선거는 휴가철이 최고 피크인 7월30일 펼쳐진다. 유권자들은 더위를 피해 산과 들로 휴가를 떠날 것이 뻔하다. 역대 휴가철에 치러진 그동안의 국회의원 재보선을 보면 4곳에서 치러진 2006년 7월26일 선거에 역대 최저치인 24.8%, 8곳에서 치러진 2010년 7월28일 선거에서는 34.1%를 각각 기록했다. 2000년 이후 총 14차례의 국회의원 재보선 평균 투표율이 35.5%였던 것에 비해 휴가철 투표율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다만 오는 25·26일 15곳의 재보선 지역구에서 치러지는 사전투표가 얼마나 투표율을 올릴지 관건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선거가 6·4 지방선거의 연장선에서 다시 한 번 박근혜 정부의 중간평가를 갖는 정치적 의미가 큰 점이 투표율을 높일 것이란 분석도 있다. 실제 손학규 당시 민주당 대표와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가 분당에서 맞붙었던 2011년 4·27 재보선에서는 8곳의 평균 투표율이 43.5%를 기록했었다. 그러나 야당이 이번 선거를 박근혜 중간평가로 몰고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공천후유증으로 야당이 입은 상처의 깊이가 만만치 않고, 자칫 '중간평가' 운운했다 역풍 맞는 게 두렵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7월30일 우리는 투표장으로 가야한다. 이번 선거는 여·야 누구를 선택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정치권에서 '과반수 확보' 운운하는 것은 괜한 볼멘소리다. '국회 선진화법'으로 의석 과반수는 그저 상징성만 있을 뿐 큰 의미도 없다. 투표를 포기한다면 앞으로도 우리 지역구에는 우리와 상관없는 누군가가 계속 낙하산을 타고 내려올 것이다. '늘 그랬으니까'라고 눈감아 주면 마치 관성의 법칙처럼, 정치권은 당연한듯 또다시 전략공천을 자행한다. 이런 선거를 완전히 없앨 수 없다면, 7월30일 우리는 투표장에 가야 한다. 그리고 두눈 부릅뜨고 지역에서 일할 사람을 뽑아야 한다. 유권자는 정치권의 주물럭거림에 좌지우지될 만큼 이제 바보가 아니다.

/이영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