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서 프라이머리(본명 최동훈·31)가 표절 논란이 인 곡들의 저작권을 해외 원작자와 공동 분배하기로 합의한 사실이 알려졌다.

프라이머리가 지난해 11월 MBC '무한도전-2013 자유로 가요제'에서 박명수와 함께 '거머리'란 팀으로 발표한 곡 '아이 갓 씨'(I Got C)의 저작권을 네덜란드 가수 카로 에메랄드 곡의 원작자 데이비드 슈얼러스 등 6명과 공동 분배하기로 한 것이다.

이미 여러 가수의 노래가 해외 가수의 곡과 표절 논란이 일었고 일부 작곡가는 이후 원작자와 협의를 거쳐 저작권을 공동 분배하거나 저작권 자체를 포기한 사례가 있었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20일 그간 논란이 된 곡들의 저작권을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서 확인 결과 저작권자가 원작자로 바뀐 사례는 다수다. 이러한 사례가 반복되는 이유와 저작권 분배의 속사정을 알아봤다.

◇ 해외 원작자에 저작권 넘긴 사례 = 과거 박진영이 만든 지오디의 데뷔곡 '어머님께'(1998)는 미국 힙합 뮤지션 투팍의 '라이프 고즈 온'(Life goes on)과 흡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이 노래 저작권은 투팍 등 유니버설뮤직퍼블리싱코리아와 워너채플뮤직코리아가 관리하는 작곡가들에게 돌아갔다. 당시 박진영은 억울함을 주장했지만 원작자들의 강경한 입장으로 편곡 외에 작사·작곡에 대한 저작권을 포기해야 했다. 최근 지오디가 컴백 앨범 수록곡에 '어머님께'의 일부를 사용할 때도 이들 저작권 관리 회사의 승인을 받았다.

이승철의 '소리쳐'(2006)도 영국 가수 가레스 게이츠의 '리슨 투 마이 하트'(Listen To My Heart)와 후렴구가 비슷하다는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이 곡을 만든 작곡가 홍진영도 창작곡이라고 억울해했지만 결국 '리슨 투 마이 하트' 원작자에게 저작권 대부분을 넘겨줬다.

이승기의 '가면'(2006)도 마룬5의 '디스 러브'(This Love) 도입부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시 소속사는 "표절이 아닌 샘플링(기존 음원의 일부를 따서 쓰는 기법)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앨범을 발매한 후 원작자에게 사후 승인을 받았다는 점에서 정당한 샘플링으로 인정받기 어려웠다. 이 곡 저작권도 현재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원작자로 등록돼 있다.

이 밖에도 이효리의 '겟 차'(2006)가 미국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노래 '두 섬싱'(Do Something), 지드래곤의 '하트브레이커'(2009)가 미국 힙합가수 플로라이다의 '라이트 라운드'(Right Round)와 표절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 '레퍼런스' 관행 문제…"소송보다 합의가 해결책" 억울함도 호소 = 표절은 원곡의 멜로디, 가사, 리듬, 편곡 방식 등을 사전 허락 없이 가져다 쓰는 모든 행위를 일컫는다.

저작권 인식이 미약한 과거에는 유명 곡의 멜로디를 몰래 베끼거나 원작자의 허락 없이 무단 샘플링을 하는 사례가 빈번했지만 지난 10년간 저작권 시장은 제도 정비와 함께 점진적으로 개선돼 왔다.

그러나 요즘 들어 표절의 경계를 줄타기하는 건 '레퍼런스'(Reference)란 관행이다. 작곡에서 레퍼런스는 '참고 곡'이란 의미인데 '무한도전'에서 프라이머리가 박명수에게 카로 에메랄드의 곡을 '레퍼런스 곡'으로 들려주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한 유명 작곡가는 "기획사가 레퍼런스 곡을 가져오는 경우도 꽤 있다"며 "이때 작곡가들의 경계해야 할 부분은 참고를 넘어 코드뿐 아니라 악기 구성, 편곡 방향까지 치우치는 것이다. 레퍼런스 곡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재창조할 순 있지만 의도를 갖고 만든다면 표절로 전락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현재 표절은 원작자가 고소해야 죄가 성립하는 친고죄이며 법원은 문제가 된 두 저작물의 '실질적 유사성'과 '접근 가능성'을 침해 판단 기준으로 삼아 시비를 가린다.

보통 국내 작곡가들은 해외 곡과 표절 논란에 휘말리면 법원의 판단을 구하기보다 저작권 일부를 포기하는 쪽으로 대부분 합의한다. 소송을 진행하면 수년이 걸리고 논란이 확산될 경우 '표절 작곡가'로 낙인찍히는 만큼 차라리 원작자와 저작권을 분배하거나 포기하는 쪽이 낫다는 생각에서다.

유니버설뮤직퍼블리싱코리아 관계자는 "해외 원작자가 저작권 전체를 요구하며 강경하게 나오기도 하고, 일부 지분을 요구하는일도 있어 천차만별"이라며 "법원에서 판단을 받지 않은 이상 표절로 결론 내려지지 않더라도 논란을 키우기보다 합의점을 찾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하는 일도 많다"고 설명했다.

한 유명 싱어송라이터도 "표절 여부는 일차적으로 작곡가의 양심만이 알겠지만 때론 표절 의도 없이 작곡가에게 내재한 음악이 비슷하게 표현될 수도 있다"며 "분명 창작한 부분이 있는데 해외 원작자의 요구대로 저작권 전체를 넘겨줘야 하고, 이 때문에 표절 작곡가로 낙인찍히는 건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 저작권 인식 강화돼야…제도적 장치 마련 여전한 숙제 = 그럼에도 이같은 사례는 반복되고 있어 가요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 음악업계가 과거보다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뚜렷해졌지만 이젠 모든 음악이 온라인을 기반으로 글로벌 소비권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국내 작곡가들이 한층 저작권에 대한 투명한 의식으로 무장할 필요가 있다.

한 음반업계 관계자는 "영미 팝 시장에선 샘플링하면 저작권 지분을 포기하더라도 미리 허락을 받는다"며 "국내도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안일한 사례들이 많다. 역으로 K팝이 인기를 끌면서 국내 노래가 아시아권에서 표절 피해를 보는 경우도 많은 만큼 우리가 당당한 목소리를 내려면 도덕적 잣대가 엄격하게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무분별한 의혹 제기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해만 해도 로이킴, 아이유 등 유명 가수들의 노래가 잇달아 표절 시비로 도마 위에 올랐다.

한 음반기획사 본부장은 "신곡을 발표할 때 많은 여러 방식으로 모니터링을 거치지만 불안할 때가 많다. 결론 없이 논란에만 휘말려도 가수와 작곡가에게 상처가 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로 인해 표절 문제는 여전히 가요계에 숙제를 남긴다. 그간 표절 관련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창작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목소리도 높아 대책 마련이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1999년 공연법 개정으로 사전 음반 심의 기구가 없어져 지금으로선 개인 간 지적재산권 문제로 소송 외에는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