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병언 전 세모그룹회장의 시신이 전남 순천에서 발견한 가운데 유씨가 도피 중에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메모를 검찰이 확보해 법원 증거물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에는 도피 당시 심경,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에 대한 반감 등이 담겼다. /연합뉴스=시사IN 제공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시 서면 학구리 박모씨의 밭에서 발견된 변사체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으로 확인된 가운데 검찰이 유병언 전 회장이 도피 도중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메모를 확보해 법원에 증거물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병언 전 회장은 메모를 통해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과 검경 추적을 조롱하는 듯한 글들을 남겼다.

22일 검찰에 따르면 유병언 전 회장이 지난 5월 이후 도피 중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메모는 A4용지 총 31쪽 분량으로, 메모는 거울을 봐야 제대로 읽을 수 있게 거꾸로 쓰여 있었다. 

유병언 전 회장은 지난 1991년 상습사기 혐의로 4년을 복역한 뒤 거꾸로 글을 써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메모는 지난 5월 말 유병언 전 회장이 순천 별장을 빠져 나갈 당시 검찰에 붙잡힌 개인비서가 보관하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메모에는 주로 도피 당시 심경,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에 대한 반감 등이 담겼다.

메모에서 유병언 전 회장은 "가녀리고 가냘픈 大(대)가 太(태)풍을 남자처럼 일으키지는 않았을 거야.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인 남자들이 저지른 바람일 거야. 과잉 충성스런 보필 방식일 거야"라고 썼다. 

▲ 22일 오전 경찰의 DNA 감식결과 유병언으로 추정된 변사체가 지난달 12일 발견된 전남 순천시 서면 신촌리의 모 야산 밑 밭에서 변사체를 처음 발견한 마을 주민이 아직 현장에 남아있는 변사체의 머리카락과 뼈조각을 가리키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아무리 생각을 좋게 가지려 해도 뭔가 미심쩍은 크고 작은 의문들이 긴 꼬리 작은 꼬리에 여운이…"라고 적어 자신이 음모에 빠졌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또 유병언 전 회장은 "눈 감고 팔 벌려 요리조리 찾는다. 나 여기 선 줄 모르고 요리조리 찾는다. 기나긴 여름 향한 술래잡기가 시작되었다"며 자신을 쫓는 검찰과 경찰을 조롱하는 글도 남겼다. 

그는 "연일 터져대는 방송들은 마녀사냥의 도를 넘었다", "하도 많은 거짓말들을 위시해서 미쳐 날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설쳐대는 거짓소리들을 내고…"라고 써 언론에 대한 강한 불만도 드러냈다.

한편, 이날 순천경찰서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시 서면 학구리 매실 밭에서 발견된 변사체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인 것으로 DNA 검사와 함께 지문 채취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