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은 우리의 희망이라고 한다. 기성세대들은 추억을 먹고 산다지만 젊은이들은 꿈을 먹고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하는 청년들이 희망을 잃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가장 비싸다는 대학 등록금을 내고 졸업하자마자 대다수가 실업자로 전락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3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인데도, 너도나도 더위를 피해 산과 바다로 나서는데도, 대학 도서관은 취업준비생들로 가득하다. 대학의 낭만은 온데간데 없이 눈앞에 닥친 실업난으로 고통의 시절을 보내고 있다. 청년 일자리 창출, 고용확대 등을 외치는 정부의 대책은 이들에게는 공허한 메아리로만 들릴 뿐이다.
사도 바울은 데살로니가교회 성도들에게 '일하기 싫은 자는 먹지도 말라'고 외쳤거늘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마땅하게 일할 곳조차 없다. 부지런히 일하여 자기 양식을 먹고, 주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노력하라는 취지였다. 그래서 대학을 졸업하면 경제적으로 독립해 사회적 기반을 잡아가는 게 순리다. 그러나 대다수는 아직도 일자리를 잡지 못하고 눈칫밥을 먹는 처지다. 부모들 역시 자녀의 취업 걱정에 잠을 못 이룬다. 이 과정에서 때로는 기성세대와 신흥세대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도 한다.
1970년대 종로와 광화문 일대에 학원가가 형성됐다. 가고 싶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재수는 필수, 3수는 선택'이란 유행어도 있었다. 지금의 대학가에는 '5학년은 필수, 6학년은 선택'이라는 말이 있다. 취업이 '하늘의 별따기'가 되면서 졸업을 유예하는 이른바 '대학 5학년족'이 늘고 있는 것이다. 확실한 취업을 위해 몇 학점을 남긴 채 졸업을 미루고 대학교를 한 학기 이상 더 다니는 어정쩡한 상태다. 졸업 후 백수가 되는 것을 피해 대학 울타리 안에서 머물면서 취업의 기회를 엿보는 새로운 트렌드다. 이들은 노심초사하며 시간과 돈을 낭비한다. 사회는 젊고 우수한 인력이 낭비되는 손실을 감당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취업을 하지 못한 채 사회에 던져지는 이들 중 많은 사람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기도 한다. 일부는 비싼 등록금을 대기 위해 아르바이트와 학자금을 빌려서 등록금으로 충당했기 때문이다. 적게는 2천만원에서 4천만원이 넘는 빚쟁이가 돼 꿈을 송두리째 잃는 경우도 종종 있다. 우리나라 청년 고용률은 40%대로 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이다. 이마저도 고용의 질적인 면과 실질 대졸자의 고용률만을 근거로 통계를 낸다면 수치는 훨씬 더 떨어진다. 그런데도 대졸 신규 채용 규모가 지난해보다 대폭 늘어난다는 소식은 없다. 경기는 침체되고 대기업이나 부자들은 지갑을 아예 닫았다. 정치권은 표를 얻기 위한 말뿐인 정책만을 남발한다. 이마저도 정책은 뒷전이고 대신 정쟁에만 몰두한다. 국론은 좌우, 동서, 남북으로 갈린 채 갈 길을 잃고 있다. 그래서 청년들은 취업을 하지 못하는 서러움보다 기성 세대들의 행태에 더 희망을 잃고 있는지도 모른다. 때로는 잠재적 안티(anti) 세력으로 발전하면서 사회통합과 국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또 대선 후보들은 너도나도 '반값 등록금'을 공약했다. '청년 일자리 창출'도 단골메뉴다. 등록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대학의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 데다 재원마련도 이뤄지지 않았다. 일자리 창출 대책은 취업의 눈높이를 낮추라는 것과 대학생 창업을 지원하겠다, 공기업 인턴을 확대하겠다는 게 고작이다. 국민들을 속이는 것도 모자라 대학생과 청년들에게까지 거짓말을 했으니 이들이 무슨 희망을 갖겠는가. 이제 더 이상 젊은이들의 꿈을 짓밟아서는 안 된다. 이들이 더 큰 자괴감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확실하고도 획기적인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 일할 능력자를 방치하는 것과 일자리를 만들어 주지 못하는 것은 모두가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는 '청년들은 우리의 희망'이라고 말할 자격이 있는지 통렬하게 반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준구 경기대 국어국문학과 부교수·객원논설위원
청년들은 우리의 희망이라면서…
취업 안돼 졸업유예 '대학 5학년족' 수두룩
정치권 '반값 등록금·일자리 창출' 거짓말만
더 큰 자괴감에 빠지지 않게 지원책 내놔야
입력 2014-07-22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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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23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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