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경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으로 추정되는 변사체를 전남 순천의 모 장례식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옮기기 위해 앰뷸런스에 옮겨 싣고 있다. /연합뉴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22일 숨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두 달여간의 검거작전은 막을 내렸지만, 검찰과 경찰은 끝까지 손발이 안 맞았다.

인천지검 세월호 선사 특별수사팀(팀장·김회종 2차장검사)이 유씨의 행방을 놓친 날은 지난 5월 25일. 유씨가 전남 순천 송치재휴게소 인근에 위치한 구원파 신도의 별장에 머물다가 도망친 다음날이다.

유씨는 18일 뒤 이 별장에서 불과 2.5㎞ 떨어진 매실밭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변사사건을 접수한 경찰과 검찰은 시신이 발견된 장소가 유씨의 마지막 은신처 근처였음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순천경찰서는 시신이 심하게 부패돼 있는 데다 겨울옷을 입고 있는 점 등을 미뤄 유씨를 무연고 노숙자로 보고 통상 절차에 따라 DNA 분석을 의뢰했다. 광주지검 순천지청도 별다른 의심없이 변사사건으로 지휘했다.


고가의 의류와 유씨 관련 계열사에서 만든 알약, 유씨의 저서 제목이 적힌 가방 등 시신 주변에서 발견된 유류품은 시신을 유씨라고 볼 수 있는 정황이었지만, 경찰과 변사사건 지휘 검사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경찰과 검찰 중 한 곳이라도 대검이나 특별수사팀에 알렸다면 신속한 대처가 가능했던 아쉬운 대목이다.

결국 정밀 부검 없이 40여일간 유씨의 시신은 장례식장 냉동고에 방치될 수밖에 없었다.

검·경은 수사 초기부터 정보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혼선을 빚었다. 검찰은 유씨 부자 검거에 필요한 정보를 경찰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일선 경찰은 검찰의 제한된 정보로 검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검찰은 순천 별장의 존재를 파악하고서도 경찰에 이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검찰 수사관만 파견해 검거에 나섰다 실패했다. 누구보다 지역 실정에 밝은 경찰은 단순 검문검색이나 대규모 수색에만 동원된 셈이다.

결국 검·경은 마지막 순간까지 불협화음을 내며 장례식장 냉동고에 안치된 유씨를 잡느라 40여일간 수사력만 낭비했다.

검찰은 지난 21일 이미 사망한 유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한 데 이어 "꼬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며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코미디'를 연출했다.

검찰과 경찰은 앞으로 유씨의 장남 대균(44)씨를 붙잡아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다. 대균씨는 현재 구원파 신도들의 도움으로 도피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같이 검·경의 수사공조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유씨 검거도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김민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