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11시께 진도체육관에 설치된 대형 멀티비전에서는 유병언 전 회장의 사망소식이 속보로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가족들은 유씨의 죽음에 별 관심이 없는듯 냉담한 표정이었다.

그들에게는 오직 실종된 가족을 찾는 것이 급해 보였다. 

단원고 학생 허다윤(17)양의 아버지 허흥환(51)씨는 "내일도 바지선을 타고 수색 현장으로 나가야 한다. 유씨의 변사체 발견에는 신경쓸 틈도 없다"고 말했다.

일부 TV를 지켜본 유가족들도 검찰 수사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이번 사고로 동생 일가를 모두 잃은 권오복(60)씨는 "한편의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 영장 유효기간이 만료됐다며 연장한 지 하루만에 유씨가 죽었다니 믿을 수가 없지 않느냐"며 "백골이 됐다던 유씨의 시신 손가락은 그대로 남은 모양이다"라며 검찰수사를 꼬집었다.

가족대책위 장길환 실장은 "희생자 가족 대부분이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유씨가 숨졌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라면서도 "또 일부는 세월호 실소유주의 죽음에 진상 규명 및 수사에 차질이 생길까봐 동요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처럼 진도의 남은 실종자 가족들은 아직도 깊은 바닷속을 헤매고 있는 아이들의 무사 귀환을 바랄 뿐, 유씨의 죽음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강영훈·조윤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