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2년8개월이 지난 철수는 다른 사람과 눈을 맞추지 않고 이름을 불러
도 대답을 못하고 말로 의사소통도 거의 못한다.
자폐증이 아닌가 걱정이 된 어머니를 따라 소아정신과에 온 철수는 표정이
없고 어머니가 불러도 대꾸를 하지 않은채 자동차 놀이에만 몰두하고 있었
고 가끔 ‘car’라고 영어단어를 중얼거렸다.
진단결과 철수의 어머니는 두살위인 형의 영어공부를 위해 영어 비디오 테
이프와 한글 테이프를 항상 틀어뒀는데 철수가 생후 6개월때부터 형보다 오
히려 몰두하는 것을 보고 형보다 가능성이 크겠다고 생각, 거의 하루종일
혼자 비디오를 보게 내버려두고 어머니 자신은 주로 집안일을 했다.
그 결과 철수는 돌이 지나면서 비디오 테이프를 틀어주지 않으면 잠을 자
지 못할 정도로 집착했고 한국말보다는 영어단어를 좋아하고 알파벳도 알
정도로 기억력이 뛰어났다. 하지만 철수는 두돌이 지나도 의사소통을 잘하
지 못하고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못했으며 대소변 가리기에도 전혀 관심이
없는 걱정스러운 징후를 보였다.
연세대 의대 소아정신과 신의진 교수가 28일 한국교총회관 강당에서 열린
교육인적자원부 주최 유아교육 강사요원 연수에서 소개한 조기과잉교육의
임상사례다.
신 교수는 “사회성과 정서발달이 활발해야할 시기에 비디오를 통한 인지적
인 자극에만 과다하게 노출된 결과, 사회성과 언어발달이 지연되고 자아발
달이 미숙하게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부모들은 아이가 글을 읽거나 숫자를 세면 똑똑한 것으로 생각
하지만 단순한 암기력이 있는 경우 얼마든지 가능하다”면서 “이때 ‘천재
가 아닌가’하고 오해하고 영재교육을 시키는 경우가 있지만 이런 유아일수
록 오히려 언어 이해력이나 사회적 인지력이 떨어지고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자라서는 학습능력이 떨어지고 공격적 성향과 정서불안을 보일 가능성
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이기숙 교수도 “최근 조사결과 사립유치원의 88%가
영어. 미술.체육 등 특기교육을 실시하고 3∼4가지를 실시하는 유치원이
58.3%에 달하고있어 정규교육 과정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
적했다.
부모들의 70.3%는 유아조기특기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시기에 대
해서는 73.5%가 빠르다고 생각하면서도 남들이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시킨
다는 응답을 했다고 소개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유아 조기특기교육은 유아들에게 정신적.신체적 부담
이 되고 또래관계 형성을 방해하며 초등학교 저학년때 공부하는 태도를 망
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대 의대 서유헌 교수는 “언어기능을 담당하는 측두엽은 만 6세후부터
집중적으로 발달하며 그 이전에는 뇌발달이 이뤄지지 않아 언어학습을 제대
로 소화하기 힘들다”고 소개했다.
서 교수는 “아직 배울 때가 되지 않은 아이에게 어른의 욕심으로 너무 일
찍 너무 많이 가르치면 스트레스를 받아 ‘과잉학습장애’라는 일종의 정신
질환이 나타난다”면서 “난폭한 행동, 자폐증세, 책을 거부하는 학습 거부
증, 친구들과 어울려 놀지도 못하는 등의 후유증이 생길수 있다”고 밝혔
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