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오후 전남 순천 송치재 인근 별장을 경찰이 긴급압수수색한 가운데 유병언이 검찰 수색당시 은신한 것으로 추정되는 별장 2층 통나무 판자로 위장된 비밀 공간이 공개되고 있다. /연합뉴스
"아 잠시만요. 나무판으로 가려져서 입구가 찾기 쉽지 않네요."

방금 수색을 마친 경찰이 외벽을 이루는 통나무판 곳곳을 두드려 겨우 입구를 다시 찾아낼 정도로 유병언이 검찰의 추적을 따돌리며 은신했던 '밀실'은 정교하게 '위장'돼 있었다.

경찰은 23일 유병언이 지난 5월 수색 당시 전남 순천시 서면 송치재 '숲속의 추억' 별장 내 비밀공간에 은신해 있었다는 검찰의 발표를 듣자 부랴부랴 이곳을 압수수색하고 언론에게 공개했다.

별장 현관을 지나 바로 왼쪽 집안의 3분의 1만큼의 공간을 차지하는 2층의 복층으로 향하는 나무계단이 있었다.

2층 복층 아래로는 방 3개와 화장실을 겸한 욕실이 자리 잡고 있는 구조다.

▲ 23일 오후 전남 순천 송치재 인근 별장을 경찰이 압수수색을 마치고 28종 46점의 압수품을 상자에 담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삐걱대는 나무 계단을 하나하나 오르면 계단 쪽 벽면에 자리 잡은 소파와 탁자 외에는 물건이 없어 휑하게 펼쳐진 나무바닥의 공간이 펼쳐진다.

경찰은 계단 옆 소파 뒤편이 현금 8억3천만원과 미화 16만 달러가 발견된 곳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설명을 들은 곳에는 통나무 벽만 있을 뿐 돈을 숨길만 한 장소는 없어 보였다.

그러나 경찰이 소파 뒤 벽면 구석 70~80㎝의 통나무로 위장된 판을 치우자 약 2~3평의 공간이 펼쳐졌다.

경찰은 건설 자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내부에 현금이 보관됐던 것으로 보고 있다.

▲ 23일 오후 전남 순천 송치재 인근 별장을 경찰이 긴급압수수색한 가운데 유병언이 검찰 수색당시 은신한 것으로 추정되는 별장 2층 통나무 판자로 위장된 비밀 공간이 공개되고 있다. /연합뉴스
현관 쪽 반대편, 주택 뒤편 비스듬하게 내려가는 지붕과 2층 나무 바닥과 만나는 공간에는 현금이 보관됐던 밀실과 달리 툭 튀어나온 듯 이상한 구조의 통나무 벽면이 세워져 있었다.

경찰은 그곳이 검찰 급습 당시 유병언이 숨어 있던 곳이라고 안내했다.

그러나 안내한 경찰조차 쉽게 입구를 찾지 못할 만큼 정교하게 만들어진 공간이었다.

밀실의 존재를 알고 본다면 충분히 의심할만한 이상한 구조였지만 별장 내부 구조를 잘 모른다면 그냥 지나쳤을 법했다.

경찰이 나무 벽 여러 곳을 두드려 겨우 통로에 설치된 나무판을 치우자 성인 2~3명이 충분히 누워 생활할 수 있을 만한 3~4평의 공간이 나왔다.

내부에는 나무뼈대 위에 스트로폼 단열재가 놓여있어 사람이 머물 수 공간을 만들어 놓기는 했으나, 먼지가 가득하고 발을 잘못 디디면 스트로폼 바닥이 부서지는, 급조한 듯한 내부구조였다.

▲ 23일 오후 전남 순천 송치재 인근 별장을 경찰이 긴급압수수색한 가운데 유병언이 도피자금을 숨긴곳으로 알려진 통나무 판자로 위장된 비밀공간이 공개되고 있다. /연합뉴스
내부에는 이불 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날 공개 당시에는 단열재와 쥐를 잡으려는 용도로 보이는 끈끈이 덫만 놓여 있었다.

유병언이 머물러 주로 생활한 1층 공간과 거실 용도로 쓰인 공간 탁자에는 유병언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스케치북과 조류 관련 서적, 성격 책자 등이 다수 발견됐다.

특히 스탠드 조명 등 간접조명이 많이 눈에 띄었다. 스탠드 조명은 화장실에까지 설치돼 있었다.

경찰은 은신 중인 유병언이 외부로 불빛이 새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 주 조명을 사용하지 않고, 간접조명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별장 내부 곳곳에서는 유병언 시신이 발견된 당시 함께 발견된 것과 똑같은, 세모그룹 계열사가 생산한 스쿠알렌과 소지하고 있던 육포 등이 다수 발견되기도 했다.

그러나 소주병과 막걸리 병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날 별장 압수수색으로 지리를 표기한 지적도와 서류, 물, 과자, 음료수 등 28종 46점을 확보한 경찰은 송치골 가든, 구원파 수련원인 야망 연수원, 구원파 소유 업체 등 3곳에서 압수한 물품들과 함께 분석 절차에 착수, 유병언의 행적과 사인 등을 밝히는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