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유대균(44)씨가 도피 조력자인 박수경(34)씨와 함께 검거된 가운데 어떻게 석 달 넘게 집 밖에 나오지 않고 은신할 수 있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일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유대균 씨가 경기도 용인의 한 원룸 오피스텔에로 잠입한 것은 지난 4월 22일이었다.

유대균 씨는 세월호 참사 발생 사흘 뒤인 4월 19일 인천공항을 통해 누나 유섬나 씨가 체류 중인 프랑스로 출국하려 했지만, 출국이 금지된 사실을 알아채고 공항에 차량을 버려둔 채 경기도 안성 소재 금수원으로 도주했다.

유대균 씨는 금수원에서 향후 대응책을 논의하다가 금수원도 안전한 장소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4월 22일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에서 일명 '신엄마'로 불리는 신명희(64·구속기소)씨의 딸 박수경(34)씨의 도움으로 용인 오피스텔로 도피했다.

유대균 씨 최측근 중 한 명인 박수경 씨는 어머니 '신엄마'의 지시에 따라 유병언 씨의 도피를 적극 도운 것으로 전해졌다. 박수경 씨는 유대균 씨를 차량으로 오피스텔 앞에 내려준 뒤 오피스텔로 들어가 함께 은신 생활을 시작했다.

유대균 씨와 박수경 씨는 약 20㎡(6평) 크기의 오피스텔에서 이날 경찰에 검거될 때까지 석 달 넘게 집 밖을 한 번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칩거생활이 가능했던 것은 오피스텔 주인 하모씨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유대균 수행원의 여동생인 하씨는 오피스텔을 수시로 드나들며 생수와 식자재 등 먹을거리를 제공해 왔다. 그러나 하씨는 지난 5월 23일 이후부터는 오피스텔에 출입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하씨가 그 이유에 대해 정확히 진술하지 않았지만 도피 조력자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아지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하씨의 음식 공급이 끊기자 유대균 씨와 박수경 씨는 오피스텔 내 남아 있던 쌀과 김치 등으로만 간단한 식사를 하며 연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씨의 왕래가 중단되면서 쓰레기를 버려줄 사람도 없어 오피스켈 내에는 쓰레기더미가 쌓여갔다.

오피스텔 안에는 TV가 없어 유대균 씨는 세월호 참사 관련 소식을 접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피스텔에는 폴더폰 1개가 있었지만 경찰의 위치추적을 피하려 한 듯 유씨는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았다. 노트북도 오랜 기간 사용하지 않은 듯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경찰은 유대균 씨에게 노트북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밖에서 일어나는 세상일에 관심을 끊고 싶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유대균 씨는 집 안에서 주로 책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고 진술했다. 어떤 책들을 봤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경찰은 이날 오피스텔에서 유대균 씨와 박수경 씨를 검거하기에 앞서 이들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오피스텔 주인 하씨를 긴급체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