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앞으로 다가온 7·30 재·보선은 여야 모두에 정국 주도권은 물론 당내 역학구도를 좌우할 중대분수령으로 작용하게 될 전망이다.

역대 최대 규모인 15곳에서 재보선이 치러지는 데다가 선거지역이 전국에 고루 걸쳐 있어 민심의 향배를 축약적으로 보여주는 '미니 총선'이라는 의미 부여가 전혀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선거가 승자와 패자가 불분명한 무승부로 끝나면서 7·30 재보선의 승패가 몰고올 파장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고 있다.

◇새누리 승리시…김무성체제 연착륙 = 집권 중반으로 향해 가는 새누리당으로선 이번 선거가 박근혜 정부 중간평가라는 '원치 않는' 의미부여를 거부하기 어렵다.

이에따라 새누리당이 15개 선거구 중 9개 이상에서 후보를 당선시키는 승리를 거둔다면 세월호 참사와 잇단 공직후보자 낙마사태 등으로 소실한 국정운영능력을 어느정도 회복할 계기를 마련하게 될 전망이다.

의석수도 현재 147석에서 156석 이상으로 늘어나 안정적인 원내과반을 확보, 국회 운영에서도 든든한 지지대를 되찾게 된다.

당장 세월호특별법 협상과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비롯한 '국가대개조' 관련법, 경제활성화법 등 주요 현안을 주도적으로 추진할 발판을 확보하게 된다.

지난 14일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김무성 대표 체제도 산뜻한 출발과 함께 친박(친박근혜) 주류측의 견제에서 일단 벗어나 연착률할 전망이다.

서청원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한 친박주류측은 당장 김 대표 체제와 대립각을 세우기보다는 협력관계를 이루며 '암중모색'의 시기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반면 새정치연합으로선 내홍에 직면하게 될 악몽의 시나리오다. 지난 3월 야권 통합으로 출범한 김한길·안철수 '투톱'의 리더십은 중대기로에 서게 될 수도 있다.

특히 광주 광산을 권은희 후보 공천을 비롯해 주요 접전지의 '돌려막기'식 공천 과정에서 계파간 이해갈등이 그대로 노출된 만큼 당권경쟁이 조기에 불붙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부에서는 친노(친노무현) 등 구주류를 중심으로 '조기전대'를 요구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야당 승리시…세월호법 등 대여강공 모드 = 새정치연합을 비롯한 야권이 9석 이상 차지하며 승리한다면 상황은 정반대가 된다.

집권여당으로선 '정권심판'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고 그간의 인사 실패를 포함해 민심이 등돌린 데 대해 뼈저리게 반성하며 국정운영의 궤도를 전면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막 들어선 김무성 체제도 스텝이 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대표의 당 장악력이 상처를 입고 선거 결과를 놓고 친박 주류와 비주류간 책임론이 오가며 봉합됐던 당내 갈등이 수면위로 조기에 터져나올 수 있어서다.

새정치연합은 여야가 대립하고 있는 세월호특별법 협상을 비롯해 정부조직법안 처리, 세월호청문회 등 주요 현안마다 대여 강경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 그 기세가 정기국회로까지 이어져 국정감사와 정기국회 예산심사에서 대여압박 강도가 더 거세지는 것은 물론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이 주력하고 있는 경기부양과 관련된 법안 처리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김·안 공동대표는 리더십의 위기를 넘기며 내년 3월까지 예정된 임기를 채울 모멘텀을 마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두 대표는 공천 후유증으로 어수선해진 내부를 추스르는 한편으로 통합 이후 미뤘던 혁신 드라이브에 속도를 내며 당 조직개편을 통해 당내 입지 강화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매한 무승부…여야, '교착상태' 연장전? = 여야가 절반 정도씩 나눠가지면서 어느 쪽도 승리했다고 말하기 힘든 모호한 성적표를 받아들면 현재의 어정쩡한 세력균형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으로서는 일단 현재의 국정개혁을 추진할 최소한의 명분은 확보하겠지만 야당의 협조를 받아 끌고 나가야 할 숙제를 안게되는 만큼 폭넓은 소통과 타협의 정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될 전망이다.

김무성 대표 입장에선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을 시도하기 위해 쇄신을 강도높게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새정치연합 입장에선 최악의 상황은 비켜갈 수 있겠으나 세월호 참사 이후 잇단 인사참사 등 유리한 국면에서 공천실패, 전략부재 등으로 정권을 제대로 심판하지 못했다는 내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한길·안철수 대표는 낙마와 같은 극단적인 책임론에 직면하지는 않겠지만 '리더십의 불안정성'을 해소하지는 못한 채 계파갈등이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가야할 개연성이 적지 않다.

주요 현안에 있어서는 여야 모두 타협보다는 선명성 경쟁에 주력하며 지루한 교착을 이어갈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