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황모(42) 대표는 최근 국내로 여행오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관광스케줄을 짜면서 골치를 앓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 가요로 한류가 불면서 한국 문화를 체험하려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났지만 낮 일정이 끝나고 밤이 되면 이들이 갈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인계동 나혜석거리 일대는 서울과 근접해 교통접근성이 편리하고 호텔과 모텔이 밀집해있어 외국인들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나혜석거리에 자리잡고 있는 음식점들을 제외하면 마땅히 밤에 구경할 장소가 없어 관광객들이 허송세월을 보낼 때가 많다. 상황이 이런데도 수원시는 2000년 8월 30억원을 들여 나혜석거리를 조성한 이후로 별다른 관광자원을 설치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나혜석거리에 술집과 음식점들이 설치한 야외테이블에서 치맥을 즐기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같은 영업행위는 현행 도로교통법상 불법 옥외영업에 해당돼 장사마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자 주민들과 상인들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나혜석거리를 관광특구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관광특구로 지정한 지역은 국·도비 예산을 지원받아 관광시설물을 조성할 수 있으며 음식점의 옥외영업도 가능하다.
중국인 진모(48·여)씨는 "한국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보고 치맥을 경험하기 위해 야외 치맥으로 유명하다는 나혜석거리를 찾았다"며 "하지만 구청 단속으로 맥주집들이 테이블을 치우고 가게 내부에서만 영업하고 구경거리도 없어 실망감이 컸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단속이 현실과 맞지 않는 만큼 관광특구 지정이 필요하다. 불필요한 규제만 없어도 나혜석거리가 국제적 명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준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