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가 나의 전공이다. 어쩌다 한문선생으로 변신을 하게 됐다. 고희를 넘긴 이 나이에 서당 훈장이라! 영어는 물론이요 우리말, 한자까지 가르치는 만능선생이 된 판국이니 신이 난다. 우연은 없다. 평소 한문에 관심을 두고 지내온 내 소망의 결실이다. 한자지도사 공인자격증도 몇 년 전에 취득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강의 제의를 받은 때가 4년 전이다. 욕심만 앞섰지 당시 내게는 어떤 준비도 노하우도 없었다. 일단 수락부터 했다. 무엇부터 어떻게 가르쳐야 할 것인가 막막했다. 한 가지 무기가 있긴 있었다. 장기 중의 장기인 열정,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는 있다. 그때 도전장을 내밀지 않았다면 지금의 한문 선생, 나는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그후로 한문공부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아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한문 글자 좀 안다고 가르칠 수는 없다. 자기 교과에 일가견이 있어야 한다. 아이들을 휘어잡을 수 있는 카리스마도 물론이다. 자신감 없어 보이는 선생님은 따라오지 않는다. 교수법도 발전시켜야 한다. '쉽고 재미있게'가 최우선 과제다. 수업 결과는 교사가 먼저 안다. 아이들의 눈빛에서 피드백을 정확히 읽어 내야 한다. 장꾼 없는 가게 문은 닫을 수밖에 없다. 요즘 아이들이 얼마나 영특한가.
말과 글을 바로 익히는 것이 교육의 알파요 오메가다. 공부가 어렵기만 한 것은 용어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까닭이다. 말의 뿌리를 무시한 수박 겉핥기식 공부로는 한계가 있다. 한자 교육은 결코 어려운 과제가 아니다. 정책상의 문제다. 기본한자는 그 수가 제한돼 있다. 이를 익히는 것은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한자교육이 기피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될 시점에 와 있다. 한자를 무시하고는 국어가 성립되지 않는다. 한자는 조상때부터 사용해 오고 있다. 역사와 전통을 소홀히 하고도 일류 국가를 지향할 수 있을까. 우리에게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우리 고유의 한글이 있다. 한글과 한자가 견인차가 돼 놀라운 국가발전을 가져다 주고 있는 것이다.
한자는 뜻글자라 생성원리를 이해하면 배우는 과정이 재미있기까지 하다. 그렇게 지도하면 잘 잊어버리지도 않는다. 한자는 현존하는 가장 우수한 표의문자다. 거기에다 세계 최고의 문자, 한글을 동시에 무기로 가지고 있으니 누가 감히 우리의 적수가 되랴. 이 둘이 융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 우리말이요 우리글이다. 노벨 문학상도 멀지 않았다. 이것이 오늘날 세계를 휩쓸고 있는 한류의 원동력이다.
/김영대 송도2동 더샵엑스포 10단지 경로당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