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상임고문이 3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정계 은퇴를 전격 선언한 뒤 만감이 교차한 표정을 짓고 있다. 손 고문은 7·30 경기 수원병(팔달) 보궐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연합뉴스

경기도 야권을 대표했던 정치 거목 손학규 상임고문이 31일 전격적으로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사퇴했고, 새누리당은 승리에 도취하기 보다는 '겸손모드'로 향후 당쇄신책을 발표하는 등 변화의 조짐을 보였다. 7·30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에 '압승'을 안겨준 경기지역 재보선 결과가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관련기사 3·4면

손 고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저는 오늘 정치를 떠난다"며 "정치인은 선거로 말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오랜 신념이다. 이번 재보선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그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 이 시간부터 시민의 한사람으로 돌아가 성실하게 살아가겠다"며 "저녁이 있는 삶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고 또 노력하는 국민의 한사람이 되겠다"고 말했다.

손 고문은 재보선 결과에 대해 "수원 팔달에서 패배한 것은 제 자신의 패배이기도 하지만, 새정치연합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신망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이라며 "우리부터 근본적으로 변하고 혁신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몸을 낮췄다.

또 "국민을 어렵게 생각하고 두려워하는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며 "똑같이 항상 국민만을 바라보고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민주정치의 기본으로 돌아가는게 여야 할 것 없이 모든 정치와 정치인의 기본자세"라고 강조했다.

시흥 출신으로 국회의원 3선에 보건복지부장관·경기도지사·당대표 등을 거쳐 영원한 대권주자로 분류됐던 손 고문의 이날 전격 사퇴는 지역은 물론 전체 정치권 지형변화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손 고문 정계은퇴의 직접적인 계기가 이번 재보선 결과와 맞물려 있는 만큼 지도부가 총사퇴한 새정치연합이나 '겸손모드'의 새누리당 모두 '경기도가 전국 민심의 바로미터'라며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경기도는 재보선 이전의 지방선거에서는 여야 무승부 균형추 역할을 했다. 이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향후 선거에서 승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경기도를 잡아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당장 새누리당이 이번 선거 승리의 발판이 된 경기지역 정치인들의 당직 기용과 선거 공약 실천을 위한 검토작업에 들어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새정치연합도 오는 4일 꾸려질 비상대책위에 경기지역 의원들을 중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야 정치권은 오는 2016년 4월까지 큰 선거가 없는 만큼 '지역일꾼론'이 강세를 보인 이번 경기도 재보선 결과를 계기로 당 지도부 개편은 물론, 정책 노선에 이르기까지 민생과 미래를 위한 혁신의 기회로 삼겠다는 방침이어서 향후 변화가 주목된다. 

/정의종·김순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