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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창작전공 교수
'아! 팔레스타인'. 이 책의 제목이자, 오늘 함께 공감하는 팔레스타인의 비극에 대한 우리의 마음이다. '아! 팔레스타인'이라는 한 마디에는 인간에 대한 존엄이 무너진 팔레스타인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깊은 연민이 있다. 지난달 8일부터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가자 지구를 공격(더 정확하게는 학살)하고 있다. 수십만원짜리 싸구려 로켓이나 소총 따위로 무장한 하마스와 싸운다는 핑계로 비행기와 전차를 동원해 팔레스타인을 초토화시키고 있다. 민간인들을 노골적으로 겨냥한다. 유엔이 운영하는 학교를 폭격하기도 하고, 가족을 찾는 젊은이를 조준사격하기도 한다.

만화를 그린 원혜진 작가는 2000년 9월 30일 아빠와 함께 중고차 시장에 다녀오던 팔레스타인 소년 라미 자말 알두라가 이스라엘 군의 총에 맞아 죽는 영상을 보게 된다. 당시 시위대를 진압하던 이스라엘 군은 비무장인 아빠와 아들에게 총구를 겨눴다. 아빠 자말 알두라는 "아이가 있으니 쏘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지만, 이스라엘 군의 조준사격에 라미 자말 알두라는 그 자리에서 죽고 만다. 2000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작가는 인터넷에서 이 사진을 보고 팔레스타인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이후 7년을 준비한 작가는 2007년 여름,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다.

최근 벌어진 학살로 다시 한 번 비극적 상황을 알린 팔레스타인은 우리에게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낯선 공간이다. 기원전 2100년경 메소포타미아 출신 유목민 아브람이 하나님의 계시에 따라 가족과 함께 이주한 가나안이 바로 팔레스타인이다. 셈족의 지도자 아브람은 가나안으로 이주한 뒤 후처 하갈에게 장자 이스마엘을 얻고, 하나님의 축복을 받아 아브라함으로 이름을 바꾸고 본부인 사라에게서 이삭을 낳는다. 오늘날 아랍과 이스라엘은 형제들이다.

이스라엘이 역사 속에서 어떤 고난을 당했고, 마침내 수천년 만에 다시 돌아와 나라를 건국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익숙하다. 한국과 이스라엘은 곧잘 닮은꼴로 비유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역사 안에는 그곳에 살던 사람들의 역사는 지워졌다. 작가는 팔레스타인의 고대사가 왜 사라졌는지를 탐구한다. 또한 팔레스타인의 비극을 이해하기 위해 유대인의 디아스포라와 박해의 역사도 함께 설명한다.

테러조직, 저항조직, 군사조직 하마스 때문에 팔레스타인 문제가 벌어진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스라엘도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을 방패로 삼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이다. 1967년 3차 중동전쟁으로 이스라엘은 이집트와 요르단이 차지하고 있던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를 점령한다. 팔레스타인 저항세력이 반격하면, 이를 구실로 대규모 군사작전을 감행한다. 이 같은 비극은 19세기 말 시오니즘의 태동에서, 1948년 이스라엘 건국에서,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후 팔레스타인 불법 점령에서부터 반복되어 온 참사다. 이 비극을 멈추기 위해 괴롭고 고통스럽지만 비극을 똑바로 직시해야 한다. 어떤 천국도, 어떤 신도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학살을 정당화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활동가 덩야핑의 추천사 중 일부를 옮긴다. "이스라엘의 만행이 있을 때마다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동조한답시고 나치가 유대인을 전부 학살하지 못한 게 잘못이라는 끔찍한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이 책을 꼭 읽어보기 바란다. 당신들의 손쉬운 일회성 비난과 달리 공전을 위해 하루하루 노력하는 사람들이 이 책에 있다."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창작전공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