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 있어서도 지도자 한 사람에 의해 그 팀이 망가지거나 혹은 발전하기도 한다.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전남 드래곤즈는 지난 1월 출정식 때 명량대첩의 격전지인 울돌목을 찾았고, 지난 1일 후반기 첫 경기를 앞두고 '명량'을 선수단 전원이 관람했다. 선수단에게 용기와 정신력을 주기 위한 구단의 생각이었다. 지난 6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졸전을 펼친 한국 축구도 새사령탑 영입에 고민 중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새 기술위원회를 이끌 위원장에 이용수 세종대 교수를 선임했고, 이 기술위원장은 위원회의에서 ▲대륙별 선수권대회 경험자 ▲홈 앤드 어웨이 방식의 월드컵 예선 경험자 ▲월드컵 본선 16강 이상 성적 ▲클럽팀 지도 경력 ▲유소년 교육 프로그램 참여가능자 ▲고령 감독 제외 ▲선수 지휘할 때 영어 사용 가능자 ▲즉시 계약 가능자 등 8가지 조건에 들어맞는 후보를 찾았다. 그 결과 외국인 감독 3명을 최종 후보로 가려냈다. 대한축구협회가 발빠르게 사령탑 물색에 나선 것은 위기에 빠진 한국 축구를 부활시키기 위해서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것은 지도자의 됨됨이다. 누가되든 사령탑은 대한축구협회장과 기술위원장을 위한 인물이 아닌 진정 한국 국민들을 위한 자가 그 자리를 맡아야 한다. 선수 선발도 유명 선수와 힘있는 구단이 아닌 모든 선수들을 조사하고 분석해 적재적소에 맞는 선수들을 뽑아야 한다. 각 구단 및 지도자들도 국민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한국 축구 발전에 동참해야 한다.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4강 신화를 일군 거스 히딩크 감독은 한국 축구 역사에 큰 기여를 했다. 히딩크 감독의 가장 큰 리더십은 바로 공정성이었다. 기존자료를 타파하고 능력과 실력 위주로 선수를 뽑았다. 한국 축구의 학맥·인맥 파벌을 깨뜨리고 실력으로 인사를 단행하고 팀을 꾸린 것이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 사상 첫 16강 진출의 대업을 이룬 뒤에도 "나는 아직 배고프다"라는 말로 선수들을 자극했고, 곧바로 새로운 목표를 제시해 4강 신화를 이뤘다. 히딩크 감독은 이후에도 끝없는 '한국사랑'을 펼치며 지금까지도 한국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보여준 대표팀의 실망적인 경기 모습은 분명 축구팬들에게는 아픈 기억으로 남았다. 하지만 축구 팬들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 올스타전에서 많은 비가 쏟아졌음에도 불구하고 5만113명의 관중이 운집해 선수들을 격려했다. 아직도 팬들이 한국 축구를 포기하지 않았음을 보여준 증거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수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 대표팀의 평균 연령이 26세 3개월로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 32개국 가운데 5번째로 젊은 선수들이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이 선수들이 이번 월드컵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실력을 더 키워나가고, 새로운 유망주들이 가세한다면 4년 뒤 러시아 월드컵에선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명량'에서 보여준 이순신 장군처럼 한국 축구도 위대한 영웅이 나타나기를 기원해본다.
/신창윤 체육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