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에 연달아 온다는 태풍이 천재(天災), 홍수가 천재 겸 지재(地災)라면 3일 중국 윈난(雲南)성을 강타한 지진은 순수 지재다. 그런데 왜 '地災'라는 말이 없을까. 그럼 人災는? 人災 중에서도 가장 고약하고 악랄한 인재가 전쟁인데 '人災'라는 말은 왜 또 없을까. 14일 내한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달 28일 제1차 세계대전 100년을 맞아 "그런 큰 전쟁을 다시는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전쟁도 멈춰야 한다"고 했지만 '이파(以巴)전쟁'만 해도 목불인견이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을 중국에선 '以巴戰爭'이라 하지만 팔레스티나 자치구인 가자(Gaza)지구의 양쪽 전사자는 2천명에 가깝다. 드디어 이스라엘 군의 일부가 철수를 시작했다지만 두고 볼 일이다. 우크라이나 전투는 또 어떤가. 말레이시아 항공기 격추로 세계적인 비난은 물론, 러시아 스베르방크(SBER.MM) 등 5대 은행의 돈줄을 막는 미국과 EU의 금융제재에도 끄떡없는 러시아다.

게다가 이라크도 이슬람 과격파와 전쟁 중이고 리비아 내전까지 도졌다. '미국이 이라크 정부에 미사일 헬 파이어 5천발을 포함, 7억달러의 지원에 합의했다'는 게 지난달 31일 CNN 뉴스였지만 미국이 이라크 내전을 부추기는 꼴은 아닐까. 러시아, 일본 등 군사대국도 군수산업과 엄청난 재고의 무기 수출을 위해 혈안이 돼 있다. 그런데 전쟁에 의한 적화통일을 못해 좀이 쑤시는 나라가 또 북한이다. 북한은 지난 2~7월 도합 250발의 미사일을 발사, 6천700만달러(약 700억원)를 허비했지만 표적은 청와대와 군사기지는 물론 미국 백악관도 예외가 아니라는 게 지난달 31일 조선평화옹호전국민족위원회의 경고였다.

인도 힌두교의 전쟁의 신 시바(Siva)는 세 개의 눈에다가 삼지창(三枝槍)을 꼬나들고 있다지만 진화한 현대 전쟁의 신은 미사일과 핵폭탄을 양손에 치켜들고 있지 않을까. 3차대전도, 국지전쟁도 안 된다. 중국서는 제1차 2차대전을 줄여 '第一戰' '第二戰'이라고 부르지만 왠지 가벼운 호칭 같아 안 좋다. 만약 '第三戰'이 발발한다면 그건 제2의 청·일전쟁이 아닌 중·일전쟁을 시발로, 그리고 일본의 집단자위권에 의한 확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다음 문제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