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탈을 쓴 악마, 마귀였다. 염라국 염라대왕 앞에서 죄인을 다루는 귀졸(鬼卒)인 염마졸(閻魔卒)들이 이승에 현신한 것이었다. 그건 이승의 인간이 아닌 나찰(羅刹)들이었다. 지옥에서 죄인을 못살게 구는 악랄하다 못해 극악무도한 귀신이 나찰이다. 민속용어로 두억시니도 있다. 한 마디로 야차(夜叉)들―사나운 귀신이었다. 물론 어느 정도 기합과 얼 차려(정신 차려!) 벌칙이야 상명하복(上命下服) 군대 기강을 위해 필수불가결이다. 그러나 린치 살해까지 할 수는 없다. 그런 악마들은 추상같은 엄벌로 영원히 격리, 전군에 크게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 또한 경종을 울리되 신속히, 세상이 다 알고 기억하도록 울리는 경종이어야 경종이다. 그게 아니면 말짱 도로 아미타불이다.
아직도 세월호 노란 리본을 상장(喪章)처럼 염통 위에 달고 다니는 정치인을 비롯해 음주가무까지 삼가는 등 다수 백성이야 오죽 착하고 감성적인가. 그러나 비인간, 어딘가 인격의 '격'이 모자라는 준(準)인간 구성비 또한 꽤는 높고 다수다. 영어 personality(인격)의 어원이 라틴어 persona, 즉 가면(假面)이라는 건 별로 이상할 게 못된다. 요는 그런 가면인간―늑대인간의 탈이 확 벗겨진 때가 문제다. 윤일병을 한 달 동안 두들겨 패 죽게 한 마귀들도 인간 가면이 벗겨진 사례 중 하나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