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私的)인 형벌→사형(私刑)이 린치(lynch)다. 이 말은 사람 이름에서 왔다. 1775년 미국 독립전쟁 때 반혁명분자를 즉결재판으로 처형한 버지니아 주 치안판사가 C W 린치였고 같은 시기 미군 지휘관이 군기 위반자에게 형벌을 가해 기강을 확립할 해 유독 형벌 행사에 능한 군인이 윌리엄 린치 대위와 찰스 린치 대령이었다. 그런데 그들 린치 대위와 대령이 지옥에서 놀라고 불쾌해질 악질 린치 살해 사건은 어느 나라 병영이든 이따금 돌출, 그들 사회를 떠들썩하게 뒤집어 놓기 일쑤다. 한민구 국방장관과 군 수뇌부가 대 국민 사죄와 함께 국회에 불려가 호된 질책과 기합을 받은 윤일병 린치 살해사건도 예외가 아니다. TV에 공개된 윤일병 내무반 현장검증 영상들은 그야말로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고 탁자를 내리치며 호통을 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표현처럼 치가 떨렸다.

인간의 탈을 쓴 악마, 마귀였다. 염라국 염라대왕 앞에서 죄인을 다루는 귀졸(鬼卒)인 염마졸(閻魔卒)들이 이승에 현신한 것이었다. 그건 이승의 인간이 아닌 나찰(羅刹)들이었다. 지옥에서 죄인을 못살게 구는 악랄하다 못해 극악무도한 귀신이 나찰이다. 민속용어로 두억시니도 있다. 한 마디로 야차(夜叉)들―사나운 귀신이었다. 물론 어느 정도 기합과 얼 차려(정신 차려!) 벌칙이야 상명하복(上命下服) 군대 기강을 위해 필수불가결이다. 그러나 린치 살해까지 할 수는 없다. 그런 악마들은 추상같은 엄벌로 영원히 격리, 전군에 크게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 또한 경종을 울리되 신속히, 세상이 다 알고 기억하도록 울리는 경종이어야 경종이다. 그게 아니면 말짱 도로 아미타불이다.

아직도 세월호 노란 리본을 상장(喪章)처럼 염통 위에 달고 다니는 정치인을 비롯해 음주가무까지 삼가는 등 다수 백성이야 오죽 착하고 감성적인가. 그러나 비인간, 어딘가 인격의 '격'이 모자라는 준(準)인간 구성비 또한 꽤는 높고 다수다. 영어 personality(인격)의 어원이 라틴어 persona, 즉 가면(假面)이라는 건 별로 이상할 게 못된다. 요는 그런 가면인간―늑대인간의 탈이 확 벗겨진 때가 문제다. 윤일병을 한 달 동안 두들겨 패 죽게 한 마귀들도 인간 가면이 벗겨진 사례 중 하나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