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취업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국내 대학 중 졸업자의 취업률이 60%를 넘는 대학은 손꼽을 정도로 적다. 그중 공무원 혹은 대기업과 같은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하는 비율만 따지면 더 상황은 비참하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청년 창업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높아져 왔다. 그런데 창업과 연관된 통계지표에서 아직까지 속 시원한 희망을 가질 수 없다. 최근 몇 년간 한국사회에서 창업이 꾸준히 늘고는 있지만, 내면을 보면 생존에 급급한 생계형 자영업의 창업 비중이 40%에 달하는 문제를 노출한다. 생계형 창업은 주로 숙박 및 음식료 부문 등 영세 서비스업에서의 창업을 말한다. 음식점의 경우 우리는 인구 1천명당 12.2개꼴인데 미국은 1.8개에 그친다는 비교는 우리의 생계형 창업이 매우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는, 가치를 창조하는 기회추구형 창업은 51%에 그치는 실정이다.

가치 창조형 창업이 많아져야 창업효과가 제대로 나온다. 자영업 창업의 80%는 2년후 실패하고 말며 파급효과도 거의 없다. 그러면 문제는 생계형 창업을 벗어나 기회추구형 창업을 확대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된다. 문제의 근원은 우리 사회에서 창업 교육과 실습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는 것에 있다. 해결은 대학이 나서서 창업에 대한 기초소양을 학습시키고, 창업전략과 기업가정신을 전수시킬 때 해결될 수 있다. 대학에서 창업교육을 활발하게 제공하면, 음식료 등만이 아니라 보건의료·사회복지·교육·문화예술 등으로 창업분야가 확대될 수 있다. 1990년대 프랑스에서 사회서비스업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높이고 자격제도를 만들어 관련 일자리를 매년 6%씩 늘렸다는 것도 참고할만하다.

결국 해답은 대학의 변화에 있다. 즉, 대학이 창업 기업가형 대학으로 변모하면 문제가 해결된다. 영화 '소셜 네트워크'를 보면 '페이스북(Facebook)'의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의 스토리가 나온다. 하버드대학에서의 탄생 초기부터 수많은 난관과 그에 대한 창업자의 돌파과정이 묘사된다. 저커버그와 같은 청년들이 쉽게 창업으로 뛰어든 것은 미국 대학에 녹아있는 창업권장 문화에서 나온 것이 분명하다. 미국 스탠퍼드와 MIT 등의 대학에서 '기업가 센터(entrepreneurship center)'를 운영하면서 학생 창업자를 양성하며 그들의 성공가능성을 높이는 역할을 맡는 것이 바로 기업가형 대학의 모델이다. 물론 우리는 미국과 여건이 다소 다르지만, 대학에서 기업가 정신을 확대하고 창업자의 성공을 지원하는 것은 그대로 따라도 될 만큼 가치가 높다.

21세기 대학을 창업자형 대학으로 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학의 교육과정에서, 또 실험실 연구에서, 창업의 꿈과 도전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비록 창업의 성공 가능성이 당장 높지 않다고 하더라도 대학에서 창업을 경험하고 실패를 맛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도 중요하다. MIT나 하버드 대학은 최근 '창업 이머전(field immersion)'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이것은 학생 창업팀을 발굴해 창업하도록 지원하는 교육과정이다. 이것은 다른 창업기업의 현장에서 인턴십을 하거나 관찰학습을 하는 것과는 성격이 다른 실전(實戰) 교육이다. 우리 대학도 이런 실전 창업 프로그램을 시작할 역량이 모자라지 않다.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인력이 있고 네트워킹 능력도 있다. 다만 각기 파편적으로 움직여 왔기 때문에 이를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 체계를 갖추기만 하면 된다. 또 대학은 창업 경험자와 동문 기업가를 중심으로 학생 창업팀을 멘토링할 수 있는 고유 장점을 갖고 있다. 또한 실패한 벤처기업가를 '상근 기업가'로 지정해 활용할 수도 있다. 이런 구체적인 멘토링이 성공하게 되면 청년 창업자의 꿈은 현실이 되는 것이다.

한국 대학이 진정으로 창업자형 대학으로 변모한다면, 한국경제의 고질적인 문제인 청년실업과 일자리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될 뿐아니라, 페이스북의 저커버그와 같은 천재 창업자를 곧 보게 될 것임을 확신한다.

/손동원 객원논설위원·인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