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비용 70%중 35% 정부에 지원 요구 거절당해
관련법안 9건도 국회 계류… 상임위조차 통과 못해
"세금 수도권 일부지역만을 위해 쓰는 것 논란 여지"


'매몰비용 지원, 출구전략 될 수 있나?'

인천시가 재개발 사업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추진위원회나 조합의 매몰비용을 지원키로 한 취지는 매몰비용 문제로 발생한 사회적 갈등을 일정 부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매몰비용 지원이 답보 상태인 재개발 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출구전략은 될 수 없다.

인천시 관계자는 "매몰비용 지원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며 "부동산 가압류 등 많게는 수천만원의 빚을 떠안아야 하고, 같은 동네 주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등 매몰비용으로 인한 주민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자 하는 게 가장 큰 목적"이라고 말했다.

■ 매몰비용 지원 걸림돌 된 불투명한 추진위·조합 운영

인천시는 재개발 사업 정비구역의 매몰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857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매몰비용 발생이 예상되는 구역 70곳의 총 매몰비용 7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하지만 인천의 상당수 추진위나 조합은 재개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쓴 돈을 명확하게 증명하지 못해 신청을 포기하거나 신청금액을 모두 지원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의 '정비사업 추진위원회 사용비용 보조 업무처리기준'을 보면, 서울시가 추진위에 지원하는 매몰비용 범위는 ▲외주용역비 ▲회의비 ▲인건비 ▲운영비 ▲민원처리 등 기타사업비 등으로 재개발 사업 추진에 사용된 거의 모든 비용을 포함한다.

서울·경기의 경우 추진위 또는 조합의 의결·의사록, 지출내역서와 계약서, 국세청에서 인정하는 영수증 등을 가지고 실제 사용비용을 계산한다.

서울 관악구 봉천10-1구역 추진위는 외주용역비, 인건비, 운영비 등을 지출하는데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았거나 손으로 쓴 영수증만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한 푼도 지원받지 못했다. 추진위나 조합의 불투명한 운영이 걸림돌이 된 것이다.

인천지역의 상당수 재개발 조합의 비용 지출 내역 입증도 이런 방식이면 인정받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 사회적 합의 우선 이뤄져야

인천시는 당초 지원키로 한 매몰비용 70% 가운데 35%를 정부가 마련해주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정부는 지원 거부의사를 명확히 밝히고 있다.

원칙적으로 민간사업인 재개발 사업에 쓴 비용을 세금으로 지원해주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덜 됐다는 이유에서다.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추진위와 조합의 매몰비용에 대한 정부 지원 관련 법률 개정안도 9건이나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상임위원회조차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조문현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뉴타운·재개발 사업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국가 세금을 일부 지역만을 위해 쓰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반면 재개발 사업 실패에 따른 매몰비용 발생에는 정부와 지자체의 책임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지자체의 매몰비용 지원을 보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와 서울시 등을 상대로 매몰비용 청구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법무법인 영진의 강정민 변호사는 "재개발 사업을 법률적으로 열어주고, 정책적으로 주도하면서도 정작 출구전략은 마련하지 않았던 정부의 '입법 책임'도 분명히 있다"고 했다.

/박경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