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도변경 대가로 市에 준 땅
10년 지나 "돌려달라" 돌변
市·업체 재판 5차 변론 앞둬

한 업체가 10여 년 전 인천시에 기부한 땅을 돌려 달라고 지난해 9월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업체는 인천시의 강압 때문에 땅을 기부채납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천시는 "업체가 자발적으로 땅을 기부했다"고 주장한다.

10여 년 전,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제서야 땅을 돌려 달라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는 29일 인천지법에서 5차 변론이 예정돼 있다. 이번이 마지막 변론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주)서부T&D는 2002년 1월 인천시에 기부한 2만5천600㎡의 땅(연수구 동춘동 옛 중소기업제품 상설전시장 부지)을 돌려 달라며 지난해 9월 인천시를 상대로 '소유권말소등기' 소송을 제기했다.

이 일대는 1994년 연수택지지구 개발 당시 유통업무시설로 지정됐다. 서부T&D는 1999년 한국토지공사로부터 이 일대를 매입, 화물트럭터미널과 공산품 도매·전시장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회사는 대형마트를 유치하고자 세부시설계획 변경을 인천시에 요청하게 된다. 대형마트가 들어설 수 있도록 '공산품 도매·전시장' 부지를 '공산품 도매·대형점'으로 변경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인천시는 옛 전시장 부지를 기부받는 조건으로 이 업체의 요청을 들어줬다.

그러나 당시 주민들의 반발이 심했다. 계획 변경으로 화물터미널 신축예정 부지가 기존 주거지역과 더욱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시가 업체에 유리하게 계획을 변경해 줬다"며 특혜 의혹까지 제기했다.

10여 년이 지난 2013년 9월. 서부T&D는 인천시 강압에 의해 기부채납이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또 전시장 부지로 기부했는데, 현재 다른 용도로 쓰이고 있는 점을 문제삼았다.

이에 시 관계자는 "서부T&D가 '제발 기부채납을 받아 달라'면서 요청했다. 자발적으로 기부했다"고 했다. 기부채납 당시 업무를 담당했던 전직 공무원 A씨는 "기부받은 부지는 구석에 있다. 강압적으로 기부받았다면, 좋은 위치의 땅을 요구했을 것 아니냐"고 했다.

현재 이 땅의 공시지가는 약 300억원(인천시 추산)에 달한다. 대형마트 부지 매각, 복합쇼핑몰(스퀘어원) 건립 등 개발사업이 완료되니까, 과거 기부한 땅의 소유권을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에 서부T&D 관계자는 "소송이 진행 중이니 언급할 것이 없다. 상당한 이유가 있으니까 관공서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것 아니냐. 재판 결과를 지켜봐 달라"면서 더 이상의 언급을 피했다.

/목동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