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주택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 실패로 발생한 매몰비용은 반드시 처리돼야 할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정비사업을 추진한 시공사와 추진위원회·조합 간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채무, 주민 간 갈등으로 인한 마을공동체 해체 등의 사회적 갈등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몰비용 문제의 해법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매몰비용 지원 등을 통해 답보 상태인 정비사업의 출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정부·지자체의 섣부른 출구전략이 결국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 채 혈세를 낭비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정비사업에 돈을 쓴 추진위·조합, 사업 추진비를 빌려준 시공사, 관련 법을 만들고 사업 인·허가를 내준 정부와 지자체 등 정비사업의 세 주체 가운데 '누구의 책임인가'에 대한 논란은 정리되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 연대 모임인 재개발행정개혁포럼 전문수 사무국장은 "정비사업의 시작인 구역지정은 지자체가 하고, 그 후 많은 인·허가 과정에서도 지자체가 사업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며 "본래 정비사업 추진위나 조합은 도시정비라는 공적인 일을 위해 행정기관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 따라서 위임자인 지자체도 사업 주체이기 때문에 매몰비용을 지원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조문현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자체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매몰비용의 70%를 지원한다고 해도 시공사는 나머지 30%를 손해보며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주민들의 매몰비용 부담은 여전히 출구를 찾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조 교수는 "애초에 '시장의 논리'로 출발한 재개발 등 정비사업의 책임은 시장의 흐름에 편승한 민간의 몫이다. 이를 공공의 영역에서 공짜로 지원한다면 사업이 잘 추진되는 지역에서도 주민 간 갈등이 벌어지는 등의 역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몰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비사업 주체 간 협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왕기 인천발전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매몰비용은 시공사, 조합, 지자체 등 사업 참여 주체 모두 일부를 책임져야 할 비용이지만, 너무 복잡한 구도로 얽혀 있기 때문에 해결책을 찾기 쉽지 않은 것"이라며 "참여 주체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협상 테이블'을 지자체가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