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명량'이 개봉 12일만에 관객 1천만명을 돌파했다. 기세가 무섭다. 역대 최단 기록이다. 이 속도라면 '아바타'가 세운 최다 관객기록 1천300만명을 깨고 한국 영화 최다관객 동원도 가능해 보인다. 가히 '신드롬'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예전 같으면 한국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며 축포를 터뜨렸겠지만, 왠지 분위기는 숙연하다. 이는 영화 '명량'이 세월호 참사, 윤일병 구타 사망,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어려운 경제 등 일련의 총체적 난국 속에서 진정한 리더십을 갈구하는 국민의 욕구를 충족시킨 영화였기 때문이다.
상상을 뛰어넘는 각종 사건으로 모두 아파하고 있는 지금, 국민들의 마음속에는 리더십으로 무장한 누군가가 나타나 이 아픔을 치유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그가 정치인이 됐든 공직자가 됐든 종교인이 됐든 그것은 중요한 게 아니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이전투구하기에 정신없고, 무능함만 보여주는 정부는 이미 신뢰를 상실했으며, 종교인은 유병언 사건에서 드러났듯 더 이상 구원의 대상으로서의 존재를 상실했다. 이런 지경이니 국민 모두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때 비록 영화지만 영웅 이순신을 다룬 '명량'이 등장한 것이다.
12척의 배로 300여척의 왜적을 무찌르는 통쾌함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이순신이 보여준 리더십에 국민들은 열광했다. 말보다 행동으로 실천하는 리더십, 탈영병을 그 자리에서 목을 베는 엄격한 리더십, 시골 노인의 말 한마디에도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는 소통의 리더십, 그리고 무엇보다 개인을 버리고 나라를 구하는데 몸을 바치는 '우국충정'을 이순신은 보여주었다. 그 모습이야말로 지금 국민들이 바라는 진정한 영웅의 모습이다. 지금 국민들은 이런 지도자를 기다리고 있다.
'명량'에 대통령을 비롯해 여·야 정치지도자들의 관람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을 것이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영화를 보면서 분명히 깨달았을 것이다. 가장 어려웠던 시기 민·관·군이 힘을 합해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도 똑똑히 보았을 것이다. 총체적 난국 속에서 진정한 리더십을 갈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도 들었을 것이다. 그것은 '충(忠)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는 영화속 짧은 대사에 함축되어 있다. 즉, 영화'명량'이 하고싶은 말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라는 것이다. 정치권은 이를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 한다.
'명량'돌풍은 정치권에 보내는 국민의 경고
입력 2014-08-10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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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1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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