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년간 쌀 관세화를 유예하는 대신 쌀의 의무수입물량(MMA·Minimum Market Access)을 늘려왔다. 의무수입물량이 국내 쌀 수급에 큰 부담으로 작용, 결국 관세화를 결정하게 됐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농민들은 '한국농업의 참사'로 규정하고 있다. 쌀 수입량이 점점 증가하는 현실에서 시장의 개방으로 쌀 산업이 붕괴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쌀 관세화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대안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관련기사 3면
국내 쌀 산업은 이미 위기 상태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서 쌀 관세화가 유예됐지만 쌀 산업은 피폐해진 것이다.
10일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UR협상이 이뤄진 1994년과 지난해 사이 국내 쌀 생산면적과 생산량(백미·현백률 92.9%기준)은 각각 24.5%, 16.4% 감소했다. 같은기간 농가수는 44.6% 줄어들었다.
경기도의 사정은 더욱 좋지 않다. 쌀 생산면적은 42.6%, 생산량은 41.7%, 농가수는 44.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UR협상 이후 쌀 의무수입물량은 696.6%라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 의무수입물량인 40만8천700t은 국내 소비량의 8%를 차지하는 규모라는 게 농림축산식품부의 설명이다.
문제는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쌀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의무수입물량이 차지하는 비율로 국내 소비량을 단순 계산해보면 510만8천750t으로 지난해 쌀 생산량 423만11t을 훨씬 웃돈다. 결코 쌀은 남아돌지 않는다.
국제통상연구소 이해영 소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쌀을 수입하지 않으면 쌀에 대한 수요를 충족할 수 없는 지경에 도달했다"며 "또 쌀 생산량이 20% 가까이 감소하는 동안 농가소득은 2.5% 증가했다. 순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쌀 생산은 더 이상 산업이라고 부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정부가 쌀 관세화에 대비해 내놓은 농업 보호책 중 하나인 '고율관세'에 벌써부터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진행하고 있고,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을 위한 예비협상을 진행 중인데 쌀 관세를 내리라는 압력이 거셀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본 전국농민운동연합회 마시마 요시타카 부의장은 'MMA와 쌀 관세화의 문제점'을 통해 "한국 정부는 관세화 이후에도 모든 FTA협상에서 쌀을 예외로 할 것이라고 하는데 관세화로 (쌀은 예외로 한다는) 근거를 상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