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敎皇)'의 皇자는 '임금 황'자다. 최고 종교인에게 세속적인 임금 황자를 붙이는 건 어울리지 않는다. 교황이 최고 권력을 갖는다는 '교황수위권(敎皇首位權)'은 皇자에 '권세 권'자까지 붙어 더욱 그렇다. 로마 교황청에서 파견하는 외교관인 '교황대사(敎皇大使)', 교황이 통치하는 세속적인 영토인 '교황령(敎皇領)', 게시된 진리를 가르침에 오류가 있을 수 없다는 '교황무류성(敎皇無謬性)'은 또 어떤가. 글자 그대로 교황은 오류라는 게 없을까? 교황→Pope이 '아버지'를 뜻하는 라틴어 papa에서 왔듯이 가톨릭 황제 '교황'보다는 그냥 '가톨릭의 아버지'가 어떨까. 실제로 이탈리아어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papa Francesco(아버지 프란치스코)'다. '교황성하'라는 존칭은 더욱 어울리지 않는다. 황제―임금에겐 '폐하' '전하'지 '성스러울 聖'자의 '聖下'는 맞지 않는다. 더욱 우스운 건 또 '교황님' 호칭이다. 대놓고 '임금님' '황제님'으로 부르진 않기 때문이다.

일본에선 교황을 '법왕(法王:호오)'으로 부른다. '법왕'은 불교 용어이기도 하다. 법을 설하는(가르치는) 주왕(主王)이 법왕이다. 그래서 충남 부여의 왕흥사(王興寺)를 창건한 백제 29대 왕도 '법왕'으로 불렸다. 또한 교황이 로마 교황청에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이집트 그리스도교인 '콥트 처치(Copt Church)'의 제118대 교황 타와드로스(Tawadros) 2세 즉위식이 카이로 성 마르코 대성당에서 열린 건 2012년 11월 18일이었다. 영어권 국가에선 '팝 프랜시스(Pope Francis)'라 부르는 교황, 오늘 한국에 오는 교황은 신망이 높고 인기가 드높다. 작년 3월 등극 후 12월까지 바티칸을 방문한 가톨릭 신자는 662만명으로 전 교황 베네딕트의 2012년 방문 신자 230만명의 3배에 가까웠다. 만인에게 친근한 교황, 끝없이 낮은 데로만 임하기 때문일까.

어느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순도 100%의 짝퉁 예수님'이라고 했지만 세상에 '짝퉁' 치고 순도 100%도 있다는 건가. 그런 소리에 하늘의 예수님은 화를 내실까 웃을까. 종교천국 우리 땅에 오신 교황 경호야 철통같아야 하겠지만 지나친 교통 통제는 시민 불편을 넘어 그 분에 대한 과공비례(過恭非禮)가 아닐까. 그런 게 싫다고 하셨거늘….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