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용휘 수원여대교수·연출가
사고땐 軍지휘부 상황인식 전환
병사들을 내 가족으로 봐야
재발 막기위해 최고형량 처벌과
지휘계통의 완전파면 시키고
민간 인권감시 조직 만들어
저녁시간 생활관 수시점검 필요

1992년 작 톰 크루즈 데미무어 그리고 잭 니콜슨 주연의 군대 구타와 사망 조직적 은폐, 그것을 끝까지 파헤쳐 진실을 끌어내는 영화 '어 퓨 굿맨(A Few Good Man·소수 정예 미 해병대 상징)'은 실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영화를 볼 때 필자는 젊었던 탓인지 톰 크루즈 데미무어에 그저 열광했고 잭 니콜슨의 소름끼치는 연기에 연출가 풋내기로 감동받은 정도였지 군대문화의 심각성을 분노하거나 대한민국의 군대와 비교하거나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아마도 필자도 군대를 무사히 갔다오고 별 탈이 없었기에 그러했는지도 모르겠다.

'어 퓨 굿맨'은 관타나모를 배경으로 한 미 해병대내 살인사건을 다룬 군사법정 영화다. 관타나모에서 해병대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산티아고 일병. 그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크게 문제되고 있는 '관심병사'이었다. 그 부대에는 지나치게 군인정신만 외치며 살고 있는 제셉 대령이 있었고 그런 그에게 비친 산티아고 일병은 한심한 병사였다. 그는 결국 해병대내의 암묵적인 전통 '코드 레드(구타와 얼차려)'를 당하다 죽음을 맞게 된다.

대한민국 28사단의 윤일병과 똑같이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하고 인권을 유린당하다가 죽는 것이다. 가해자는 같은 소대원 두 명. 치열한 법정 공방을 통해 가혹행위를 명령한 제셉 대령은 법정 구속이 되고, 위계질서와 명령을 성전처럼 받들던 가해 사병은 불명예 제대를 당한다. 이처럼 '코드 레드'는 미 해병대의 불문율이었다. 불법이지만 집단을 유지하기 위한 문화로 전해져 왔던 것이다.

이 영화의 실제 모델은 1976년 미 해병대 훈련병이던 린 매클루어로 고된 훈련과정을 감당하지 못하는 문제 사병이었다. 이를 지켜보던 교관이 참지 못하고 군기를 잡기 위해 매클루어에게 가혹행위를 저지르고 이 과정에서 그는 숨지게 된다. 미 해병대는 매클루어 사건 이후 가혹행위 근절을 선언했다. 처음 시행할 때는 해병대정신을 말살하려 한다는 저항이 만만치 않았지만 오히려 점차 호응을 얻어 정착됐다. 미 해병대는 이 사건으로 후진적인 악습을 철폐하고 지상 최고 군대로서 명예와 자부심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나쁜 악습이 습관적으로 전해져 오면 그것이 적폐일지라도 따르게 되고 오히려 없애려면 저항이 따를 수 있지만 끝까지 밀고 나가면 결국에는 정의와 진리가 이긴다는 큰 교훈을 주는 사건이었다.

대한민국 21세기 현재 우리는 믿기 힘들 정도로 사건도 많고 사고도 많은 암울한 시기를 살고 있다. 세월호 참사에 온 국민이 충격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학교에서의 폭력과 왕따문제, 반인륜적 범죄가 매일 터져 나오고 하는데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해묵은 적폐 군병영 문화가 폭발하고 있다. 임병장의 동료병사들을 향한 총기난사, 그리고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윤일병이 악마 같은 동료들에 의한 인권유린과 가혹행위로 사망하는 참담한 일들이 벌어졌다. 그리고 전군 전수 조사에서 수없는 가혹행위가 확인됐다.

무엇이 문제일까? 위에서 보았듯이 철저히 폐쇄된 집단과 그 속에서 일어나는 반인권적 행위 그리고 은근히 묵인하고 조장하는 선임들, 사건이 터져도 자신의 안위를 위해 은폐하기에 바쁜 군 간부들, 사건이 터질 때마다 대책이랍시고 옛 것을 똑같이 베껴대는 한심한 상황인식, 이 모든 것이 군대를 썩게 만들고 있다고 군 밖에서는 보고 있다. 부모들은 불안하게 아들을 보내고 있는데 그 불안을 없애 주어야 할 군 지도자들은 그 아들들을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대부분의 지휘관들이 그렇지 않으리라 믿지만 아직도 상황파악이 안 되는 군인이 있다면 문제라는 것이다.

해법은 달리 없어 보인다. 군 지휘부의 상황인식 전환, 그리고 병사들을 내 가족으로 보는 것, 사건이 터지면 다시는 재발하지 않을 정도의 최고형량 처벌, 지휘계통의 보직해임 정도가 아닌 완전파면, 또한 생활관 저녁 휴식시간을 수시로 민간으로 구성된 군 인권감시조직을 만들어 체크하게 하면 가혹행위가 없어지지 않을까 진단해 본다. 필자의 아들도 곧 군대를 보내야 한다. 군에 갔다와야 사람 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는데 이제는 그런 말이 민망해졌다.

/장용휘 수원여대교수·연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