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민성 장 증후군은 기질적인 원인 없이 복통이나 복부 불쾌감이 배변 후에 호전되며, 복통이나 복부 불쾌감과 동반되어 배변횟수가 변하거나, 복통이나 복부 불쾌감이 있으면서 대변의 형태가 변할 때 등의 3가지 증상 중 2가지 이상 나타나는 기능성 위장관 질환이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해 복부 대장에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으며, 만성적 혹은 반복적으로 배변변화 및 복부 불편감이 나타난다. 소화기 증상 중 가장 흔하며 유병률이 약 10% 내외로 여자가 남자보다 많으며 20대 이후에 주로 나타난다.

과민성 장 증후군은 생명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각한 병은 아니지만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고통을 주어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과민성 장 증후군의 원인을 정확하게는 알지 못하나 소화관 운동이상, 내장 과민성, 정신사회적 장애, 자율신경계통 이상 및 호르몬 변화, 유전학적 및 환경학적 요인 등의 원인과 더불어 소장세균과증식증이 제시됐다. 정상적으로 균의 증식이 적은 소장에서 세균이 과다 증식하여 만성 설사, 복통, 가스가 찬 증상 등을 일으키는 경우를 소장세균과증식증이라고 한다.

최근 소장세균과증식증이 과민성 장 증후군의 원인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으며, 소장세균 과증식증 환자의 80% 이상이 과민성 장 증후군과 관련이 있다.

정상적으로는 위산과 췌장효소의 작용, 소장의 연동 운동, 그리고 소장 끝과 대장 처음의 연결 부위로 소장으로의 역류를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회맹판에 의해 소장내 세균과증식이 억제된다. 이 중 하나 이상의 문제가 있으면 소장내 세균이 과다하게 증식하며, 과민성 대장 증후군 증상인 묽은 변 수 증가와 가스가 차거나 더부룩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소장내 세균이 가지고 있는 내독소는 소장관 투과성을 증가시켜서 만성 간질환, 천식, 두드러기, 여드름, 음식물 알레르기, 류머티스성 관절염, 크론씨병, 궤양성 대장염 등의 염증성 대장질환, 관절염증, 만성피로 증후군, 과민성 대장증후군, 전신성 홍반성 낭창 등의 광범위한 질환과 관련이 있다.

위산 및 췌장효소는 소장내 세균 침투를 억제하게 되는데 스트레스나 당뇨, 갑상선질환 및 복부 수술 등의 과거력은 위산 및 소화액의 분비를 억제하고 소장의 운동을 떨어뜨려서 세균을 증식시킨다. 또 여성에게는 하루 한 잔 이상의 음주, 남성에게는 하루 두 잔 이상 음주를 하는 것만으로도 소장내 세균이 과도하게 자라 배에 가스가 차거나 더부룩하거나 설사 혹은 변비 등의 증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소장세균과증식증의 진단은 내시경을 소장까지 도달하게 하여 소장의 세균 혹은 조직을 직접 흡입하거나 배양하는 방법을 사용하였으나 환자가 매우 불편해 현재 임상에서는 많이 이용되지 않고 있다.

간편하고 재현성이 높은 검사 방법으로 수소호기검사가 활용되고 있는데, 이는 당질류나 탄수화물 섭취 후 발생된 수소 혹은 메탄 가스의 일부가 장점막을 통해 혈액으로 흡수돼 호흡할 때 내쉬는 숨에서 나오는 수소 혹은 메탄 가스를 이용해 소장 세균을 간접적으로 확인하는 방법이다.

이 수소호기검사는 간편하고 비침습적인 방법으로 별다른 이상반응이 나타나지 않는다.

치료는 이미 증식된 세균들을 없애기 위해 항생제 치료를 하며 장내 건강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생활습관 개선 및 유산균 보충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장내 세균과증식을 없애기 위해 장 점막을 통한 흡수가 거의 없어서 부작용이 적은 비흡수성 경구용 항생제를 사용하게 되며 과다한 음주를 피하고 유산균 보충, 편식 및 자극적이고 과민한 음식물 섭취를 하지 않는 식습관과 스트레스 해소 및 적당한 운동 등이 증상 호전 및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된다.

오랜 시간 배변 습관의 변화(묽은 변/설사 혹은 변비)와 더불어 복통, 가스가 차고 더부룩한 증상이 있어서 대장내시경을 포함한 여러 가지 검사에도 이상이 없으면서 지방간, 두드러기, 알러지, 피로 등이 있다면 그 원인으로 소장세균과증식증의 가능성도 생각해 봐야 한다.

/김광민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