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적으로 말썽만 피우는 자식을 어찌할 수 없어 귀양을 보냈더니 이번엔 그가 부정을 모의해 자신이 태어난 가문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더 큰 죄악을 저질러 한순간에 집안이 몰락한 이야기가 있다. 그것이 사회문제라면 한정된 울타리 안에서 떠돌다 원점으로 다시 메아리쳐 사장되고 말겠지만, 국가적 문제라면 이는 분명한 망국으로 치닫는 일이다.

생각하기조차 싫은 '세월호' 사건의 후속조치로 정부에서 들고 나온 것이 개조 개혁도 모자라 적폐를 도려내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지만, 지금 그 무기마저 작동하지 못해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국민이 그토록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라며 울부짖어도 잠수타버린 정부는 그 소리가 들릴 리 없는 가운데, 마치 대한민국의 운명이여, 하루빨리 가라앉아 버리라는 듯, 여기저기서 크고 작은 사건들이 속속 터져 나왔다.

수도권 대도시인 고양 터미널 화재사건을 비롯 장성 요양원 화재사건, 광주 헬기추락사건, 태백 열차충돌사건에 이어 정부여당의 수장이었던 황우여 대표가 장관출마에 나서자 부당 소득세 사건이 구설수에 올랐고, 공기업들의 국가보조금 횡령사건이 밝혀지더니 급기야 곪을 대로 곪은 군부대 윤일병 사망사건까지 터지자 정부는 병영적폐까지 도려내겠다고 나섰다.

적폐의 궁극적 목표는 구태의연한 인재검증을 과감히 철폐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새로운 술을 새 포대에 담아 낼 줄 아는 솔로몬적인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것이 진정한 적폐청산의 가장 빠른 지름길이며 급선무 과제라는 것을 아울러 인식해야 한다. 세상의 모든 이치 중, 고름이 깊어지면 결국 살을 도려낼 뿐아니라, 뼈까지 깎아내야하는 아픔을 겪어야 한다. 정부의 관리 통제불능으로 인해 국민들까지 뼈를 깎는 아픔의 고통을 더 이상 같이 나눌 수는 없다.

역사는 결과를 묻지 않는다. 역사의 심판은 결과보다 과정을 심판한다. 지금 정부가 지향하는 창조는 이 시대가 요구하는 인물 창조를 낳는 것이 급선무이며, 안전혁신의 첫걸음은 오늘의 정국을 바로 볼 수 있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의 바탕위에 바로 선 정체성 제고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자식이 가문·가정의 자존심을 치명적으로 손상시켰다면 그 자식을 내치면 되고, 국민을 기망하고 우롱한 정치인은 그 자리서 물러나게 하면 된다지만, 국가와 민족의 자존심을 더럽히고 좀먹는 위정자들의 잘못에 대해 그 자리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 할복해도 시원치 않다는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이 지금 이 나라가 당면한 '세월호' 정국이다. 국민들이 현실을 인지하는 역량이 부족한 정부에 대해 벌거벗은 임금님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그 때문이다.

이제 대한민국의 리더는 세계적이어야 한다. 따라서 정부관료의 검증과정도 완성된 인재를 찾기 이전에, 진정으로 이 시대를 헤아릴 줄 아는 역량있는 인재 발굴을 위한 인사시스템 개혁을 통해 국정 노선의 환경을 충분히 이해하고, 개조의 바탕위에 개혁의 노선을 바로잡아 적폐의 수술대를 과감하게 준비할 줄 아는 지혜를 갖춘 인재를 만들어 가는 것이 진정으로 적폐를 청산해 나가는 과정이다.

/김종보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