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실장론
매일 지역구 출근후 당 행사
경기 지역 관심 많은 김대표
"당심·민심 가감없이 전할 것"

평택~부발 철도 추진
당직 맡고 주민들 격려 많아
내년이라도 예비타당성 조사
동서관통 물류수역 거점으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감투'는 유명세로 이어지는 수단 중 하나다. 우리 정당사에서도 중앙당에서 당직을 맡으면 으레 출세로 이어지는 지름길로 여겨왔다.

가까이 도내 정치권에서 승승장구, '잠룡' 대열에 오른 손학규·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남경필 경기지사 등도 과거 주요 당직을 맡아 활동무대를 넓히면서 높은 대중성으로 오늘날 유명세를 타게 된 인물들이다.

그 만큼 정당의 당직자는 권력의 심장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일반 국회의원보다는 더 다양한 인맥과 정보력으로 '내공'을 갖추게 되고, 그런 맨 파워를 과시하면서 대중성까지 확산시켜 그야말로 '지도자'라는 정치적 입지를 구축하게 된다.

지난 4월 16일 국민의 공분을 일으킨 세월호 참사 이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며 국가대개조론이 확산되는 과도기에 경기·인천 지역정가의 '유망주'들이 여야 정당의 핵심포스트 (주요당직자)에 발탁돼 당 쇄신과 국가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이에 경인일보는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핵심 당직에서 일하는 현역 의원들과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정치권 사정과 지역 현안, 그들의 역할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과거처럼 '의전용 실장'으로 남지는 않을 것이다."

3선 경기도의원을 거쳐 재선 국회의원으로 성장한 김학용(안성·사진) 의원이 지난달 31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비서실장에 임명돼 중앙무대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안성에서 재선에 오른 그는 이제 누가 뭐래도 무대(김무성 대표 별명·무성대장)사람이 됐다.

김 대표의 최측근으로 서울의 김성태 의원과 함께 '좌(좌)학용, 우(우)성태'로 불리면서 김 대표의 손과 발 역할로 종횡무진 뛰고 있는 것이다. 1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대뜸 "의전용 실장은 안 한다"며 '소신실장론'을 펼쳤다.

비주류인 김 대표가 당을 사실상 장악하고 수평적 당·청 관계, 즉 견제와 균형 관계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나온 비서실장의 첫 일성이어서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의전실장이 아니면 어떤 실장을 원하느냐'고 묻자, "당심과 민심을 대표에게 가감없이 전하고, 행여 대표가 놓치는 게 있으면 옆에서 바로 갈 수 있도록 진언하겠다"고 역할론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새누리당의 당직에 경기 출신 의원들이 많이 기용…"이라고 화두를 꺼내는 순간, 그는 마침 김 대표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잠시 자리를 떴다.

세월호 특별법 여야 협상의 중대기로인 이날 그에게 뭔가 지시가 떨어진 듯해 보였다. 그는 매일 아침 안성에서 출근, 당과 국회에서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와 중진연석회의, 주요 당직회의와 외부 주요 행사에 참석하느라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듯했다.

그의 책상과 탁자에는 여의도연구원에서 보낸 서류봉투에, '친전'이라고 쓰인 봉투와 주요 서류들이 쌓여 있었다.

"진정한 탕평인사는 나눠먹기가 아니고,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라고 다시 말문을 연 그는 "우리 경기도 인사들이 이번에 많이 임명된 것은 적재적소의 인사를 찾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 대표가 경기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많으며 앞으로 경기도의 역할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비서실장인 그의 역할도 없지 않은 듯했다. 그러나 김 실장은 대표의 비서실장이라는 자리를 의식, 매우 신중한 답변만 내놓았다.

평소 같으면 괄괄한 목소리로 시원한 답변이 나왔을 법했지만, 대표의 대리인으로 활약하면서 '신중모드'로 바뀌었다.

김 실장 자신도 "사실 나의 성격이 솔직담백한 성격인데 실장 되고 나서 말 잘 못하면 당 대표 뜻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기 때문에 시원하게 말을 못하는 게 제일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대표와 자주 대화하고 민심을 전달해 대표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일장일단이 있다"는 반응도 덧붙였다.

2010년 김 대표가 원내대표에 선출됐을 때 원내부대표로 원내사령부를 꾸리면서 인연을 맺기 시작한 그는 김 대표가 19대 총선 공천에서 낙마, 절치부심하고 있을 때 원내대표단 모임을 격월로 추진하면서 위로 모임을 자주 가졌다.

그 후 김 대표가 여의도로 다시 입성한 이후에는 '근현대사 역사교실'과 '통일경제교실' 간사로 활약하며 측근의 길을 마다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인연으로 지난 7·4 새누리당 당대표 경선에서 막강한 조직력을 갖춘 기라성 같은 서청원 전 대표의 벽을 뛰어넘어 경기도를 김 대표 우세 지역으로 뒤바꾸는 데도 온 몸을 던졌다.

그는 "인간미와 솔선수범하는 자세와 진정성 있는 모습이 장점"이라며 "경기도에서 지면 선거 승리는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감이 빠른 정치인"이라고 김 대표를 소개했다.

자신의 지역구인 안성에서도 김 대표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고 분위기를 소개하기도 했다.
세간의 관심사인 김 대표의 대권 도전설을 넌즈시 물었다.

그러나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3년 6개월 남았는데 차기 대권을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새누리당이 언제까지 노인이 많으면 유리하고, 날씨가 맑으면 유리하다는 소리를 들어야 하느냐. 앞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지지하는 스펙트럼을 넓히는 일을 김 대표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출마설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안성 주민들이 저보다 김 대표의 행보에 더 관심이 많다"고 전하면서 "김무성의 향후 행보에 더 관심이 많아 보였다"고 말해 묘한 뉘앙스를 풍겼다.

비서실장 임명 후 안성 주민들의 반응에 대해 그는 "재선 이후 당에서 여러 당직을 맡다보니 주민들 사이에선 우리가 뽑아준 국회의원이 중앙정치권에서 큰 역할을 하니 흐뭇해 하시는 거 같더라"며 "열심히 하라는 격려가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안성 출신으로서 가장 하고 싶은 욕망을 털어놨다.

현재 국토교통부에서 용역 중인 평택~안성(부발)간 철도 추진 사업이다.

그는 "안성 출신 국회의원으로서 가장 하고 싶은 게 안성에 철도가 지나가도록 하는 것"이라며 "용역 결과가 나오면 내년이라도 예비타당성 조사에 들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해안 시대를 맞아 물류 수요의 증가로 서해~동해안의 동서내륙관통노선의 물류수역 거점으로 안성을 발전시키겠다는 말로 지역에 대한 관심도를 드러냈다. 그는 인터뷰 후 서둘러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정의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