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로 북적이는 관광지 바닷가 대신 오랫동안 그 곳에서 자리를 잡고 살아온 어민들의 삶을 엿보고 느낄 수 있는 부두가 있다.

인천의 화수·만석·북성 포구다. 소래포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지만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명소다.

인천항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이전에 이들 부두들은 연안부두보다 큰 인천의 대표적 어항이었다. 연평도 조기가 쏟아져 들어오던 유서 깊은 항구인 이 곳에 대기업 공장과 중소기업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규모가 쪼그라들긴 했지만 아직도 어선을 가진 소수의 어민들이 남아 포구를 지키고 있다.

옛 정취를 느낄수 있어서인지 최근들어 조금씩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이 포구들은 주말 아마추어 사진 작가들의 출사 장소로, 또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제격이다.

■ 화수부두

70년대 대표적 어항 정겨운 풍경
수산물직매장 어민들 운영 '신선'

화수부두를 찾아가기는 상대적으로 쉽다. 두산인프라코어 공장 옆에 위치해 있는데, 화수부두 이정표를 따라 들어가면 좌측으로 주차장이 먼저 나타나고 부두를 만날 수 있다.

좁은 물길에 묶인 낚싯배들과 공장으로 둘러싸인 포구엔 갈매기가 정겹게 날아다니는 풍경이 손님들을 맞이한다.

화수부두는 1970년대만 해도 만석부두와 함께 인근 고깃배들이 모두 모이는 인천의 대표적 어항이었지만, 주변에 공장이 들어서고, 상권이 옮겨가면서 점차 생기를 잃어갔다. 하지만 최근 지자체의 노력을 통해 서서히 생기를 되찾아 가고 있다. 평일이면 200여명, 주말이면 500명 이상 찾아온다.

화수부두에는 규모가 제법 있는 먹거리 장터도 있다. 화수부두수산물직매장이 바로 부두 곁에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 터전을 잡고 살아온 화수부두 연안 어촌계 소속 어민들이 힘을 합쳐 문을 연 직매장이다. 직매장에선 횟감용 활어와 소라, 멍게, 각종 싱싱한 해산물을 고를 수 있다. 잡는 어민과 파는 어민이 따로 있는 일반 어시장과 달리 고기를 잡는 어민이 직접 판매까지 한다.

또 주민들이 직접 담근 새우젓과 멸치젓 등 젓갈들과 직접 말린 건어물도 구입이 가능하다.

■ 만석부두

주말 입출항 '북적' 해산물 좌판
인근 '괭이부리말…' 소설 무대

찾아가기가 조금 쉽지 않다. 내비게이션을 활용한다면 인천해양경찰서 만석출장소를 입력하고 찾아가면 된다.

승용차로 이동할 경우 인중로를 따라 이동하다가 아치 형태의 만석부두 간판이 보이면 들어간다. 만석슈퍼와 선진슈퍼 사잇길을 따라 이동하다 한국기초소재 공장 입구에서 왼편 길로 들어가면 부두가 나타난다. 지자체에서 최근 공영주차장을 만들어 주차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이곳 만석부두에는 이곳에서 배를 타고 영종도 앞바다로 매일 조개를 캐러 가는 어민이 100여명이 남아있는데 주로 60대 이상 여성 어민들이 활동하고 있다. 주말이면 수십척의 배가 입출항하기 때문에 때때로 부두에 수산물을 판매하는 좌판이 생기기도 한다.

만석부두 인근 마을은 김중미 작가의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무대이기도 하다.

■ 북성포구

좁은 골목길 끝에 '또다른 세상'
횟집·낙조 '매력' 출사족 입소문

찾기 어렵다는 점이 북성포구의 매력이다. 좁은 골목길을 잘 살펴 찾아가야 한다.

월미도 방향 만석고가 시작점에서 고가를 올라가지 않고 우측으로 따라 들어가면 막다른 길에 이르러 승용차 한 대가 겨우 지날 수 있는 골목길이 나온다.

골목을 따라 들어서면 북성포구를 알리는 초라하지만 정겨운 '북성포구'라 쓰인 빛바랜 안내판이 있다. 인근 제분회사의 사유지로 출입을 제한한다는 설명이 있지만 출입이 자유롭다.

길을 걷다 사람을 마주치면 어깨를 피해야 할 정도로 좁은 골목을 1분정도 걸어 들어가면 입구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나타난다.

30여m 길이의 골목에 10여곳의 작은 횟집이 빼곡히 들어차 있는 풍경을 만난다. 아무 횟집이나 정해 횟감을 골라 식당안으로 들어서면 바로 바다를 접하며 싱싱한 회를 맛볼 수 있다.

자리를 잡고 회와 소주 한잔을 곁들이며 이 곳에서 바라보는 낙조도 일품이다. 주말이면 삼삼오오 사진기를 들고 찾아오는 사람들로 제법 붐빈다. 예전에는 재래식 화장실의 분뇨를 버려 '똥마당'이라는 이름으로도 지역에서 많이 알려져 있다. 물론 지금은 아니다.

/김성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