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이 세월호특별법 재합의안 추인을 유보한 것과 관련해 "특별법과 분리해 민생경제 법안을 하루빨리 처리해 주는 것이 옳은 일"이라며 새정치민주연합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간 지난한 협상 과정을 거친 세월호특별법 합의안을 유족들이 두 차례 에 걸쳐 거부하면서 정국이 한없이 꼬여만 가고 있다.

자칫 열흘 앞으로 다가온 정기국회도 '세월호 정국'의 장기화 여파에 휩쓸리면서 주요 민생법안 처리는 물론 새해 예산안 심의마저 파행으로 흐를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여야 합의안을 토대로 계속 유족을 설득할지, 아니면 세 번째 재협상에 나서야 할지를 놓고 '진퇴양난'에 처한 상황이다.

현재로선 '출구전략'조차 없이 향후 정국 운영 방향을 놓고 전혀 갈피를 못 잡는 기류다.

김영록 원내수석부대표는 "(유족들이) 좀 더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이미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결론이 나왔기 때문에 가족들 뜻을 받드는 안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역시 별다른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야당의 결정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집권 여당으로서 최대한 양보했다고 주장하는 만큼 세 번째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가운데 여야 간 '약속'인 협상안을 준수할 것과 민생경제 법안만이라도 우선 분리 처리할 것을 거듭 촉구하고 있을 뿐이다.

김무성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경제는 한계 상황에 직면했고, 경제성장의 엔진이 꺼져가고 있다"면서 "세월호 특별법과 분리해 민생경제법안을 하루빨리 처리해 주도록 야당이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 20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세월호 희생자 정부 공식 합동분향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세월호 특별법 여야 협상 과정에 대해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임원에게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만일 새정치연합이 유족 요구대로 여야 간 재협상의 결과물을 다시 파기할 경우 당장 정국은 파행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새정치연합이 8월 임시국회를 단독 소집해 22일부터 회기가 시작되지만, 세월호 사고 국정조사, 올해부터 처음 도입될 예정인 '분리 국감', 단원고 학생 특례입학 관련법 등 시급한 현안과 주요 민생법안들을 처리하는 공간으로 기능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대신 8월 국회가 검찰의 강제 구인 대상이 된 여야 의원 5명의 구속 수사를 막는 '방탄국회'로만 활용될 경우 8월 국회를 단독 소집한 야당은 물론 정치권 전체에 비난이 쏠릴 전망이다.

문제는 이 같은 '정치 공백' 상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야 간 재협상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8월 국회와 정기국회가 공전을 거듭할 공산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임시국회가 이른바 '입법 제로'의 오명을 쓰고 막을 내린 가운데 현재 국회 본회의에는 93건의 법안들이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여야가 이미 합의해 법사위에 계류 중인 법안도 50여 건에 달한다.

예산이 이미 마련됐는데도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지 않아 집행되지 못하는 복지 개선 관련 정책들도 있다.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 이후 복지 사각지대 해소 취지에서 정부가 2천300억 원의 후반기 집행분 예산을 책정했지만, 관련법인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않아 집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