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인 2002년 6월. 광화문 광장을 비롯 대한민국 곳곳에서 국민들이 '대~한민국'을 외쳤다. 월드컵 첫승부터 4강 신화까지, 매 순간 얼싸안고 울고 웃으며 최고의 희열과 감동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당시 외신들은 대한민국의 월드컵 성적과 열정적 응원문화를 앞다퉈 보도했다. 응원이 끝나고 일사불란하게 뒷정리를 하는 모습 또한 비중있게 보도됐다. 성숙한 시민의식에 외신들은 엄지를 치켜 세웠다. 그러나 세계를 놀라게 했던 시민의식이 지금은 많이 퇴색된 느낌이다. 길거리에 심심찮게 쓰레기를 버리는 등 기초질서를 가볍게 여기며 위반하는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법질서 확립'이라는 국정과제와 인천아시안게임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3대 후진적 질서 위반 행위'를 집중 계도·단속하고 있다. 쓰레기 투기·음주 소란·인근 소란 등 기초질서를 해치는 행위에 대해 제재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는 경제선진국이자, 전문대 이상의 고등교육을 받은 고학력 인구비율이 세계 1위로 꼽히는 나라에서 기초질서 위반 단속을 한다는 게 아이러니한 일이다. 국제적 행사를 앞두고 되풀이되는 단속이 이제 당연한 수순처럼 자리잡은 것 같아 안타깝다.

사물은 멀쩡한데 그림자가 삐뚤어지는 법은 없다. 곳곳에 버려지는 담배꽁초와 쓰레기가 생활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겐 세계를 놀라게 했던 2002년의 저력이 있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다시금 성숙한 시민의식을 전 세계에 보여줘야 한다. 더 이상 경찰이 '선도부장' 역할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하루빨리 도래하길 기대한다. AGAIN 2002!!

/권혁준 (구리경찰서 경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