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손잡고 나온 많은 가족들의 얼굴에는 낯선 공연을 보는 행복한 미소가 떠올랐다. "이게 무슨 공연이래요?" 이런 공연의 의미를 묻는 게 무의미한, 말 그대로 '열린 상상력의 시·공간'을 보여주는 공연이었다.
1997년, 수원화성이 유네스코로부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은 것을 기념해 만들어진 수원시의 공연축제가 올해로 18회를 맞았다. 올해 성인이 된 이 축제에서는 필자를 전문평가단으로 위촉해 닷새간 축제 곳곳을 샅샅이 둘러볼 수 있었다.
이번 공연축제의 '빅3' 공연에서 프랑스 '색채의 비상'과 스페인 '내추럴 스피릿'(Natural Spirit)은 현대공연예술의 최첨단 트렌드를 잘 보여 주었다. 다양한 조명과 영상의 적극적인 활용, 에어리얼리스트(aerialist·공중연희자) 및 라이브 연주로 대표되는 최근 유럽의 대형 야외극 공연 취향을 여실히 경험할 수 있었다.
50t짜리 하이랜드 크레인에 의해 관객석 주변을 달리는 백마(약 6m)는 마치 대형스크린에서 뛰쳐나온 듯 생생했고, 거대한 독수리(약 7m)가 관객석 위로 나는 장면은 환상이었다. 또한 폐막작인 '색채의 비상'에서 헬륨가스를 넣은 12개의 대형 열기구가 한여름 밤 화성행궁 광장에서 다양한 형태로 연출되면서 관객을 환상의 세계로 끌어들였다. 더구나 일요일의 우천예보로 폐막작을 토요일로 앞당겨 공연했다는 것은 그만큼 수원의 공연·축제 자원들이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개막작 '100명의 여인들'은 공연 초기에 적잖은 논란의 소지가 있었다. 작품 자체가 난해하다는 의견과 참 좋았다는 평이 양립하는 것처럼 보였다. 부정적인 평가의 핵심은 "왜 친절하게 사전 설명이 없었느냐"는 것이었다. 필자도 이러한 궁금증에 답할 수 없어 이 공연을 연출한 '앙헬 아이마르'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그는 이런 질문을 예상했다는 듯이 미소를 띠며 이렇게 대답했다. "설명이 없어도 되는 가슴으로 느끼는 무대입니다. 사전 설명이 있다면, 오히려 관객들의 상상력이나 느낌을 제한하는, 촌스러운(?) 공연이 되기 때문이지요." 대답을 듣는 순간, '아! 보는 이들로 하여금 나름의 상상력을 동원해서 각자의 느낌을 받도록 하는 것이 목표인 공연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분명 즐거웠고, 대부분의 관객들도 신선한 공연예술을 경험했으리라 생각한다. 특히, 한국 요요챔피언으로 구성된 요요퍼포먼스 그룹 '요요현상' 공연은 그 이름이 '시간낭비 요요쇼'였는데, 공연축제에 오는 이들은 시간낭비를 하는 것일까?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이제 막 성년에 들어선 수원화성국제연극제의 훌륭한 성장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박세종 경기대 관광개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