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相生)'이라는 단어, 각 분야와 업종을 망라하고 우리사회에서 참 많이 사용하고 있는 말이다. 특히 대기업의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유통업계에 대형마트가 본격적으로 들어서기 시작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상생을 외치고 있지만 여전히 뭔가 모자란 상황이다.

유통공룡이라고까지 표현되는 유통대기업들의 막무가내식 물량공세에 골목상권은 벼랑끝으로 밀려나면서 정부에서 상생을 위한 유통산업발전법과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 촉진에 관한 법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상생의 기본은 대기업이 독식하지 않고 중소기업의 영역을 보호하고 인정하며 침범하지 않는 공공선(公共善)으로 이해된다.

현실은 어떠한가. 상생관련 법안이 제정된 후 대형 유통매장의 지역내 입점이 다소 주춤하는가 싶더니 요즘들어 어느샌가 또다시 슬그머니 들어서면서 지역 상인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특히 경기 남부지역 최대 규모의 복합쇼핑몰인 롯데몰이 수원에 들어설 채비를 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 상인과의 상생논의가 접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두개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양측 당사자들과 그들의 본심에 의구심을 보이는 사람들. 그들의 시선이다.

롯데몰 입점으로 인해 인근 전통시장의 매출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상생발전기금 규모를 놓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롯데몰이 지원하겠다는 금액은 현금과 시설지원 등 대략 130억원. 하지만 상인회측은 현금 500억원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쇼핑몰 입점으로 시장 상인들의 피해가 어느정도 될지 제대로 추산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서로가 주장하는 정도의 차이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그렇지만 대다수 소비자들은 양측의 싸움을 그저 '돈을 적게 주려는 쪽'과 '돈을 많이 받아내려는 쪽'의 줄다리기로 이해하고 있다.

이와함께 골목상권과의 상생차원에서 대형유통업체의 이익 지역환원 및 사회공헌은 반드시 이뤄져야 할 책임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역에서 영업활동을 하려면 지역과의 상생은 당연히 지켜야 할 덕목이다.

소비자들은 어느쪽 편을 들지 않는다. 단순한 구색맞추기가 아닌 진정으로 지역사회의 유통생태계를 지켜주려는 대형 유통업체의 본심을 보길 원하고, 무조건 약자라는 입장에서 떼를 쓰는듯한 전통시장의 모습은 보지 않길 원할 뿐이다.

/이성철 경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