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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진구 인천재능대 교수 |
해결의 문은
생각만으로 열 수가 없다
직접 다가가서
밀거나 당겨야
열린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영국의 역사학자 토인비는 '역사의 연구'에서 인류의 역사를 도전과 응전의 과정으로 보았습니다. 자연과 외부의 도전에 응전했던 민족이나 문명은 살아남았지만 도전이 두려워 피한 민족이나 문명은 사라지고 말았고, 도전이 없었던 민족이나 문명도 무사안일에 빠져 사라지고 말았다고 주장합니다.
이집트 문명을 일으킨 민족의 원조는 아프리카 북부지역에서 수렵생활을 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부터 6천년 전 아프리카북부에 걸쳐 있던 강우전선이 북유럽으로 이동하자 아프리카는 사막지대로 변해갔습니다. 이들은 셋중 하나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첫째, 그곳에 남아 기존의 수렵생활을 영위하거나, 둘째, 남되 수렵생활이 아닌 유목이나 농경생활을 하는 형태로 생활방식을 바꾸거나, 셋째, 거주지역과 생활방식을 모두 바꾸거나였습니다. 셋중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가 운명을 결정한 것입니다.
그 자리에 남아 조상의 방식대로 수렵생활을 한 부족은 얼마 가지 못하고 사라졌고, 생활방식을 바꾼 부족은 나중에 아프리카 스텝지역의 유목민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거주지역과 생활방식을 바꾼 부족은 마침내 찬란한 이집트문명을 만들었습니다.
도전에 응전할 때만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것은 사람에게도 적용됩니다. 살면서 만나는 현실적인 장벽에 부딪혀 그것을 넘지 못하고 무릎 꿇는 사람도 있고, 자신의 전부를 걸고 그 장벽을 넘어서는 사람도 있습니다. 장벽을 넘어서는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치열한 응전입니다. 굴복하지 않는 것이죠.
내가 절실하게 원하는 것을 상대가 갖고 있다고 가정해볼까요. 현실적으로 내가 얻을 수 없다는 판단이 서면 대부분 가서 달라고 하지 않습니다. 거절이 두렵고, 자존심이 상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도전과 응전은 재미있는 확률의 비밀이 있습니다. 자존심 상한다고 가지 않으면 얻을 확률은 0%입니다. 그런데 쫓아가면 50%로 변합니다. 내가 어떤 것을 달라고 해도 상대는 카드가 2개밖에 없습니다. 주거나 또는 안주거나. 이 상황에서 가야 할까요, 가지 말아야 할까요? 당연히 가야 합니다. 가서 말해야 합니다. "그것을 주세요." 그런데 용기내서 달라고 했는데 상대가 주지 않으면, '거봐 내가 괜한 짓을 했어. 자존심상해. 다시는 안 갈 거야'라고 생각하죠.
그런데 한번 달라고 해서 상대가 바로 주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그때 포기하면 확률은 다시 0%로 떨어집니다. 오늘 다시 출발하면 확률은 50%로 다시 바뀝니다. 도전과 응전의 확률이란 포기하면 0%, 다시 시작하면 50%로 여전히 살아남아있는 것입니다. 인생의 꿈을 이룬 사람들은 이 확률의 비밀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대부분 한두 번 도전하다 안된다 싶으면 포기하고 마는데 959번을 실패하고도 포기하지 않고 무려 960번만에 성취를 이룬 놀라운 사례가 있습니다. 69세의 차사순 할머니는 자동차 운전면허를 960번 만에 취득, '959전 960기 신화'를 창조해 냈습니다. 5년동안 주말과 국경일을 제외하면 거의 매일 운전면허시험장을 찾아 시험을 치렀다고 합니다. 운전면허증을 취득하느라고 밥값과 버스비 2천만원, 인지대 500만원이나 들었다고 합니다. 차 할머니는 국내 자동차회사 광고에도 모델로 등장해 '올해의 광고모델상'을 받았고 흰색 승용차를 선물 받아 오너 드라이버가 됐습니다. 차 할머니는 959번을 낙방하면서 얼마나 포기하고 싶었을까요. 그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요.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한번 더' 도전했기 때문에 확률은 늘 50%로 살아있었던 것입니다.
살면서 눈앞이 캄캄해지는 상황이 올 때가 있습니다. 거대한 문이 앞을 가로막는 경우죠. 보통사람들은 굳게 닫힌 그 거대한 문을 열 자신도 없고, 열어본 경험도 없기 때문에 그 앞에서 주저앉게 됩니다. 그리고 한숨을 쉬면서 포기하죠. 그러나 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친절하게도 여는 방법이 거기에 적혀 있습니다. '미시오' 또는 '당기시오'.
문은 생각만으로 열리지 않습니다. 다가가서 밀거나 당길 때만 열립니다. 당신의 무릎을 꺾는 엄청난 도전이 당신을 덮칠 때도 잊지 말고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문은 밀거나 당길 때만 열린다는 사실을.
/송진구 인천재능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