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남부경찰서가 군포 승용차 방화 살인사건 등 상습적으로 강도·강간을 일삼다 붙잡힌 4인조 강도단(본보 24일자 23면 보도)의 주범을 검거 4일전 다른 사건으로 입건하고도 간단한 조사만 벌이고 풀어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당시 경찰은 이 범인의 사진이 실린 전단을 배포해가며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던 중이었으며 풀려난 범인은 안양 등지에서 또다른 납치 강도행각을 벌인 것으로 나타나 어처구니 없는 사건처리로 또다른 피해자를 낳았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이 사건의 주범 홍모(27·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씨 등은 이달 초 안양에서 박모(24·여)씨를 차량으로 납치, 금품을 빼앗고 성폭행한뒤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A단란주점에서 박씨의 신용카드로 술값을 지불했다 다음날 결제가 안되는 것을 수상히 여긴 술집 주인의 신고로 군포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돼 경찰의 추적을 받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술집에 설치된 폐쇄회로 TV에 찍힌 홍씨 등의 사진이 실린 전단지를 제작, 유흥가 등에 배포하고 비슷한 인상착의를 가진 사람을 발견하면 즉시 신고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경찰의 추적이 진행되던 지난 18일 오전 8시께 홍씨는 수원시 팔달구 ○노래방 앞길에서 행인 김모(21)씨 2명과 사소한 시비끝에 폭력을 휘둘렀고 경찰수사를 비웃듯 자기 발로 수원남부경찰서 권선파출소를 찾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시비과정에서 홍씨는 납치강도 과정에서 사용했던 야구방망이를 휘두르고 범행시 자주 착용해 인상착의를 가리는 단서로 여겨졌던 흰색 야구모자를 쓰고 있었지만 파출소는 물론 경찰서로 넘겨져 조사를 받는 3시간여동안 아무런 의심도 받지 않은채 결국 불구속 입건 처리돼 풀려났다.

홍씨는 경찰에서 풀려나 3일뒤인 21일 새벽 공범들과 함께 안양에서 잇따라 납치 강간과 강도짓을 했으며 이튿날인 22일 수원 K유흥주점에서 술을 마시다 전단지에 실린 인상착의와 비슷하다고 여긴 주인의 신고로 체포돼 11차례의 범행을 자백했다.

사건을 담당했던 파출소 관계자와 당직 형사는 “당시 홍씨 사진이 실린 전단이 뿌려졌던 것은 사실이지만 인적사항은 밝혀지지 않아 동일 인물인지는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